미국에서 지난 2006년 제정된 ‘빼앗긴 용맹법(Stolen Valor Act)’의 위헌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국 공영방송 NPR 이 보도했다.
이 법률은 참전용사에게 돈과 명예를 안겨주며 영웅시하는 미국의 사회 풍토를 악용하는 가짜 전쟁영웅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률 제정 당시 미국 정치권은 이런 사기 행위가 진짜 전쟁영웅의 명예를 훼손하고 전장에 나가 있는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입법부가 중시한 필요성과 달리 실제 사건을 접한 사법부는 이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관리위원인 사비에르 알바레즈는 자신이 의회가 수여하는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이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항소했고, 연방항소법원은 해당 법률이 표현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방 정부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은 이날 도널드 베릴리 법무차관이 출석한 가운데 속행된 공판에서 해당 법률이 남용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정부 측 반론을 들었다.
정부 측에서는 이 법률이 ‘계산된 거짓말’이라는 매우 좁은 범주만 금지하고 있으며 ‘정확히 찾아낸’ 완전한 거짓말들은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 판사들은 구체적인 예를 들며 해당 법률의 위험성을 따졌다.
한 판사는 "이 법률 아래서 반전 시위자가 ‘나는 아기들을 살해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는 피켓을 들고 있으면 그를 고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판사는 정부가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가 일어난 것을 부인하는 것과 같은 다른 거짓 표현도 범죄로 인정할 수 있는가를 따져 물었다.
베릴리 차관은 "이는 표현이 청중에게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면서 "홀로코스트의 사례는 이데올로기적 논란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판사들은 이날 상업광고를 비롯해 매일 넘쳐나는 수많은 거짓말 모두가 처벌되지는 않는 상황에서 유독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거짓말만 사법처리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2년 이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이 장기화해 참전 군인이 늘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군복을 구입한 뒤 참전용사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급증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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