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이란사태ㆍ유가동요 우려
6자회담 재개 변수..관련국 협의 빨라질 듯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속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3∼24일 진행된 3차 북미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핵심쟁점에서 "다소 진전이 있었다(little progress)"는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언급에 대해 현지 외교소식통은 25일 복합적인 배경을 강조했다.
우선 이란 핵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농축우라늄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이란은 조만간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4일 밝힌 보고서를 보면 이란은 10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했으며, 이 양의 절반 이하로 핵탄두 하나를 제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란과 IAEA간 최근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서 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공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수출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고, 이에 반발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라는 `위협카드’를 구사하고 있다.
이란 사태의 악화는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의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3달러를 넘어 지난해 9월 이후 34% 상승했다. 미국의 휘발유(레귤러) 평균 가격은 갤런(3.8ℓ)당 3.52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2개월동안 30센트 상승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일대 휘발유값은 갤런당 4달러25센트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고지를 밟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높은 유가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1.89달러에 불과했다. 만일 미국 전국 평균 유가가 4달러선을 넘게되면 오바마의 재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 공화당은 유가를 소재로 ‘오바마 때리기’에 나섰다.
국제적 비확산 체제를 위해서도, 국내 이슈가 돼버린 유가를 잡기위해서도 원만한 이란 사태 해결에 주력해야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또다른 안보이슈가 부각돼 시간과 정력을 소비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이 소식통은 "흔히 협상이 끝난 뒤 `진지하고 유용한(serious and useful) 대화를 했다’는 표현은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을 외교적으로 정리할 때 사용한다"면서 "이런 국면에서 미국이 ‘진전’을 강조하는 것은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3차 북미회담 이후에도 북한과의 접촉선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대규모 식량(영양)지원을 적절하게 ‘카드’로 사용하면서 비핵화 사전조치의 확실한 담보를 이끌어내 대선이 끝날 때까지 가급적 북한핵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미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중국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한국과 일본 등 6자회담 관련국과의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전략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는데 있다. 당장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과 이를 위해 필요한 식량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대화가 필요한 북한이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약한 부위를 잘 알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3차 핵실험과 같은 ‘대형 도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북한이 3차 회담에서 ‘적절한 절충’으로 현 상황을 관리한 만큼 6자회담의 재개로 가는 동력도 상당히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언제든 위기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미묘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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