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IAEA 사찰단 활동 ‘이행순서’ 협의 필요
6자 재개 흐름 강화..“상반기내 개최 유력”
미국과 북한이 29일 동시에 3차 고위급회담의 결과를 발표한 것은 김정은 후계체제의 첫 대외행보라는 점에서 외교적 함의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일단은 지난해말 갑작스럽게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는 의미가 크다.
미국과 상대하는 ‘젊은 지도자’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비핵화라는 방향에 함께 자리를 한 것은 향후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를 두고 "국면이 변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북한이 같은 방향을 보기 시작했다는게 큰 의미"라며 "세부협의라는 절차가 남아있지만 당분간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뉴욕에서 1차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지난 3년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북핵 사태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온 노력이 조만간 결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미국과 북한 모두 현 상황에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과도 연결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이란 문제가 이스라엘의 생존과 직결된 중대사안으로 부각된 상황에서 북한 문제마저 심각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또 내부 체제안정이 다급한 김정은으로서도 불필요한 외부 환경 악화가 바람직하지 않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이나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절실한 중국 모두 대결보다는 대화를 절실히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제 관심은 북미 베이징 합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느냐이다.
일단 미국은 UEP 중단을 골자로 한 베이징 합의 도출에 대해 "작은 첫 단계"(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라고 평가했다.
뉴욕 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 미국은 ▲UEP 가동중단 방식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북시기와 24만t에 달하는 대북식량 지원 시기문제 조율 ▲IAEA 사찰단의 영변 현장 접근 범위 등 세부현안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큰 틀의 합의가 있는 만큼 세부협의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더 큰 협상무대인 6자회담의 재개시기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베이징 합의, 특히 UEP 가동중단과 IAEA 사찰단 현장접근 보장 등을 이행하는 지를 지켜보면서 6자회담 재개문제를 다뤄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일단 6자회담 재개문제는 올 상반기라는 비교적 긴 시일까지 염두에 둔 사안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베이징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변수가 돌출될 가능성이다.
특히 북미 양측의 발표를 보면 핵심쟁점에서 해석하는 방점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UEP 중단문제만 해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활동 임시중지’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이 전하는 ‘연료를 주입하지 않는 공회전 방식’의 UEP 중단의 경우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재가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은 중단 시기에 대해서도 "결실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이라고 적시했다. `결실’이라는 판단은 매우 모호하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태도변화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 북한은 식량지원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거론하고 나섰다. 옥수수 5만t을 더 받아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북한은 UEP 시설을 IAEA 사찰단에 ‘시찰’시켜주는 대가를 크게 상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마치 1999년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의 금창리를 방문하는 대가로 미국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50만t의 식량을 지원하는 상황이 연상된다.
특히 북한은 향후 6자회담 재개시 대북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문제를 우선 논의키로 했다고 강조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보면 베이징 합의는 아직은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양측이 후속협의를 통해 전체 퍼즐을 완전히 맞출 경우 북미 협상의 급진전은 물론 6자회담의 재개로 물꼬가 트일 수 있다. 이는 한반도 정세가 대화 쪽으로 완연하게 기울게 됨을 의미한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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