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 갈등의 역사는 인간이 살아가면서부터 양(洋)의 동서(東西)는 물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끊이질 않는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요즈음엔 고부갈등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까지 나오는 세상인데 그 논문의 결론은 아들에게 고부갈등을 줄이려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어머니 편에 서기보다는 아내의 편을 드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충고까지 하는 세상이다.
가정에서 도 설 자리가 없어 두 여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황소눈을하고 방황하는 남편의 딱한 모습을 이 보다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쉽지 않다. 오늘을 사는 남성들에게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구석이다.
고부갈등의 역사가 깊다보니 이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고 다양하다. 그런 이야기 중의 하나….
예전 어느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총각이 있었다. 이 총각의 어머니는 아들의 출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하는 정말 훌륭한 어머니였고 아들은 어머니의 정성에 힘입어 온갖 노력을 다 해 출셋길에 올랐다. 이제 총각은 온 마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그 어머니 역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새 며느리를 골라 아들을 장가들였다.
아들 내외가 신혼의 단꿈에 젖어들면서 아주 사소한 일로 불거지기 시작한 고부간의 갈등은 어느새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기 시작해서 아들의 처지에서는 이를 수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고 생각 하게된 어느 날 남편은 아내를 밖으로 불러내어 자신의 결단을 알려주고 협조해 주기를 청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협조를 거부하자 남편은 다시 아내를 설득 하면서 꼭 두 달만 그렇게 하면“당신은 동네에서 칭찬을 듣게될테고 그 비밀은 아무도 모를 것” 이라고 하면서 실행을 해서 목적을 달성한 후에 행복하게 살자고 다짐까지 했다.
그 다음 날부터 시어머니의 진지상에는 삶은 달걀이 하나씩 올라왔다. 삶은 달걀을 특별히 좋아하는 시어머니는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맛있게 먹고 아침상을 물렸다.
삶은 달걀은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 날도 밥상에 올라와서 시어머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매일 아침마다 삶은 달걀을 맛있게 먹으면서부터 그동안 밉상으로만 보이던 며느리가 언제부터인가 예뻐지기 시작했고 자연히 목소리도 고와지고 며느리에게“맛있구나!”하면서칭찬하는 소리가 아들의 귀에까지 자주 들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남편을 붙잡고 근심어린 눈빛으로“여보, 이제 열흘밖엔 안 남았네요”하 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렇구려. 이제 열흘 후면 우리는 아주 행복해 질거야”하면서 수고했다는 듯이 아내의 어깨를 두드려주기까지 했다. 이 소리를 들은 아내는 “안돼요,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할 수는 없어요, 절대로 안돼요. 오늘부터는 삶은 달걀을 절대로 안 드릴거에요”하는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또 시어머니대로 아들에게 “정말 장가는 잘 들었구나, 저렇게 착하고 예쁜 며느리가 이 세상에 또 어디있겠느냐”고 하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며느리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들은 어머니께 “아닙니다. 어머니 한분 편히 모시지 못하는 저런 며느리는 쫓아 내는 것이 우리 집안을 위해서 좋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시어머니는 벌컥 화를 내면서 “나갈테면 네가 나가라. 나는 며느리와 살란다”고 아들을 나무라는 것이었다.
남편과 약속한 두달이 가까워져 오자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을 졸라 어머니를 모시고 살자면서 애원을 했고 시어머니는 또 시어머니대로 며느리를 감싸면서 아들을 크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행복한 결말로 끝난다. 누구의 탓이 아닌 것도 알고 있지만,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도 없고 아는 척할 수도 없는 지금의 상황이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남편.. 그러나 고부간의 갈등은 결국 인간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이고 그래서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예화이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마음가짐, 잘하는 일 바람직한 행동에 대한 칭찬과 인정 등은 갈등을 없앨 수 있는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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