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는 지난달 11일 ‘탈북고아 입양법안(North Korean Refugee Adoption Act of 2011: H.R. 1464)’이 만장일치로 연방하원 본회의를 통과하자 큰 환영을 표시했다. 연방 상원을 통과하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면 중국을 떠도는 수만 명의 탈북 고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탈북고아 입양법안이 올해는 연방 상원을 통과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프랭크 울프 연방하원의원(VA·공화·사진)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에드 로이스 의원 등과 이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누구보다 앞장서 하원 통과를 위해 일해 온 사람. 현재 제임스 맥거번 의원(매사추세츠·민주)과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워회’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의회 안팎에서의 인권 활동은 잘 알려져 있다.
1981년 처음 의회에 진출해 지금까지 15선의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연방 상원이 절대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느냐”고도 덧붙였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 인권에 관심이 적은 이유를 물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인데 어떻게 관심을 갖지 않는지 이해가 안갑니다만 현실입니다. 미국의 헌법, 독립선언서가 천명하는 인간의 권리는 미국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을 포함한 전 인류가 누려야할 가치입니다.”
울프 의원은 “미 정치인들이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에 시선을 돌릴 수 있도록 촉구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한인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에게 편지를 쓰고, 전화를 하고, 시위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 작은 첫 걸음이 큰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선거는 미국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리더가 누구냐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한인들에게는 효과적인 대북 정책을 펼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정부가 대북 외교에서 ‘핵’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인권을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불만을 갖고 있다. 주변 국가들이 느끼는 북핵 위협의 심각성과는 별도로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의 고통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할 사안들이기 때문이다.“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을 강제 북송을 하지 말도록 계속 촉구해야 합니다.”
울프 의원은 “중국과 북한이 동맹 관계에 있고 그 때문에 탈북자들을 돌려보낸다고 하지만 그건 엄연히 UN 난민조약에 어긋난 일”이라며 “중국이 탈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거나 북한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이들의 참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달 인권위 청문회에서 상영된 영화 ‘48M’, 북한 수용소에서 태어나 탈출한 신동혁 씨의 수기 ‘14 수용소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은 그에게 다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울프 의원은 “영화의 메시지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올해 안에 한인들을 대상으로 다시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많은 분들이 와서 꼭 보고 북한의 실상을 깨닫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탈북고아입양법안의 상원 통과와 조속한 시행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북한 전문가로서 그가 한 가닥 희망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의 집권 세력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그는 “소련이 몰락할 당시와 비교해 볼 때 북한 정권은 매우 허약하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갑자기 찾아오는 날을 기대하는 게 허황된 생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울프 의원은 버지니아 10선거구 선거에서 무소속의 케빈 치솜 후보와 민주당의 크리스틴 캐브랄 후보와 맞붙었으나 워낙 지지 기반이 탄탄해 그의 아성을 쉽게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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