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영덕 쪽으로 국도 7번을 따라 차로 30분 쯤 북상하다보면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왼쪽 산 허리에 ‘사방기념공원’이라는 큰 간판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번은 우리 부부가 지나가는 길에 하도 이상해서 이 공원을 들렀다. 공원이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벌거숭이산을 울창한 숲으로 바꾼 ‘한국최초의 성공적인 사방공사’의 현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방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사방공사 당시 일어났던 여러 모습들을 모아 놓은 전시실을 들렀다.
때는 1975년 4월 17일. 강풍과 진눈깨비 속에서 박 대통령은 벌거숭이 산 오도산으로 향했다. ‘산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공사장 임직원들에게 역설한 박 대통령은 그들과 함께 삽과 곡괭이를 들고 쓸려 내려간 산 등성을 보수하고 나무를 심었다.
우리는 그 당시에 사용했던 여기저기 놓여져 있는 마차 트럭 리어커 등을 보면서 내가 미국으로 60년 후반에 떠날 때 만해도 한국의 산들은 온통 벌거숭이였는데 지금은 울창한 살림으로 변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오도산은 사방공사 2년 만에 민둥산에서 삼림 산으로 바뀌었다.
1968년 2월 1일 박정희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착공했다. 반대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과 기술력이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는 경제성장의 생명줄’임을 확신한 박 대통령은 공사를 밀어 붙였다. 착공 5개월 만에 서울-수원구간이 완성됐다. 박대통령은 이 완성된 경부고속도로 최초의 구간을 관계자들과 함께 차로 질주했다.
당시 신문기자였던 나는 취재를 위해 신문사 지프차를 타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일행은 수원 인터체인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모인 기자들과 관계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외쳤다. “우리도 하면 됩니다” 나는 지금도 그 날을 잊지 못한다.
‘우리도 하면 된다’라는 정신은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새마을 운동, 하천 댐 공사, 포항제철 건설, 경제5개년계획 등 그가 추진한 국가 사업 등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도 하면 된다.’의 대표적인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박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이다. 이 운동은 1970년 4월 22일 박대통령이 농촌의 현대화를 위해 범국가적으로 펼친 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의 현대화 정신은 도시와 공장으로 번졌다.
한국최초의 새마을은 내가 머물고 있는 포항에 있다(?). 북구 기계면 문성리가 본거지다.
나는 문성리에 세워진 새마을 기념관을 들린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새마을 사업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새마을’이 또 한군데 있다. 청도군에 있는 신도리다. 신도리에도 새마을기념관이 있다. 이곳에도 박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지시와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포항측이 주장하는 최초의 근거는 박 대통령이 문성리와 같은 새마을을 만들 것을 전국 시장군수들에게 처음 지시했다는 것. 청도측은 신도리 주민들이 지붕을 개량하고 담장을 잘 정돈했다는 사실을 박대통령이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것. 아직도 이 ‘최초 새마을’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6일은 박정희대통령이 비운으로 세상을 떠난 지 33주기를 맞은 날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이날 추도식에서 “이제는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라고 국민에게 애원했다. 33년이면 짧은 세월은 아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마무리 할 때가 됐다. 그에게는 공과가 있다. 그는 민주질서를 파괴하고 정권을 쿠데타로 탈취했다.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박 후보는 여러번에 걸쳐 이 점들을 아버지를 대신해서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니 ‘이제는 그분을 놓아 드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과분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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