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그들의 생각을 소통하고 기록하는 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민족의 독립성을 유지해 갈 수 있고 민족의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에 그 문자를 더욱 아끼고 사랑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식민지를 삼아 그 민족을 노예로 삼고자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그 민족의 말과 글을 없애려 하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언어가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논리학에서는 단순히 음성부호라든가 기호라든가 하여 언어를 단순화시키기도 하지만 언어는 그 민족의 얼과 혼이 이어지는 길이요 영혼의 통로이기도 하다.
일제시대를 경험한 세대들은 식민지의 국민이 어떤 것인가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다. 제나라 말이나 글을 쓰면 그만한 벌을 가해 쓰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오던 성과 이름까지 쓰지 못하게 했으니 얼마나 가혹한 탄압이었고 민족정신의 뿌리 뽑기였는가를 알 수 있다.
우리글과 어순이 같은 몽골도 러시아의 지배하에 있을 때 언어의 수난을 당해 70여 년 동안 제 나라 글을 쓰지 못하고 러시아 문자인 키릴 문자를 쓰다가 이제 그들의 문자인 위글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그들 역시 전통적인 성을 못 쓰게 하여 아버지의 이름을 성으로 쓰다가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의 이름이 성이 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언어가 단순히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그 민족의 얼과 혼이 흐르는 혈맥과 같은 것이기에 선각자들은 제 민족의 언어를 지키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의 ‘마지막 수업’이란 작품의 줄거리도 제 나라말로 수업하는 마지막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작가가 그린 마지막 수업의 장면엔 마을의 노인들까지 참여하여 수업을 듣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어 엄숙하기까지 하다. 그만큼 그 민족의 언어는 단순하지 않고 장구한 역사와 얼이 들어 있기에 엄숙하고 장중하지 않을 수 없다.
민족의 얼이 들어 있는 글을 읽혀 갈고 닦으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곧 나라 사랑의 길이요 민족을 사랑하는 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서 민족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긍지를 가질 수도 있으니 누구나 가벼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달 3일 오후 맥클린 한인장로교회에서 실시된 재미한국학교 글짓기 대회는 민족의 얼을 이어가자는 뜻이었고 거기에 참가한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그 뜻에 공감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그 숫자가 많아 그 열기가 그만큼 뜨거웠음을 알 수 있었다. 외국에 나와 그 나라말을 익히기도 바쁠 테지만 시간을 내 제 나라말을 배워 글짓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그만큼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글을 심사하며 느낀 것은 학생들이 우리 문화와 기술에 대한 긍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학생은 조국의 분단에 대한 고민을 표출하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시인이 될 소양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모두가 구김살 없이 성장하여 저마다 제 몫을 다 할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갖게 하여 가슴이 너무도 뿌듯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재미한국학교 관계자들과 임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열의가 있었기에 그런 중요한 시간이 있을 수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좀 더 많은 한인 단체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것은 어린 꿈나무들의 참여의 열기가 너무도 뜨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계승해나가는 글짓기 대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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