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중앙선관위 주최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 중계방송을 시청하면서 지난 4일 1차 때 보다 더 실망을 했다. 한국의 대선 토론문화가 이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2차 토론은 복지정책 관련 문제만을 논의하게 되어있었다.
이날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복지정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전두환 대통령에게서 6억원 받았다고 시인했는데, 상속세나 증여세는 냈느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답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후보는 대선 등록보조금으로 국가에서 27억원을 받았는데 대선을 중간에 포기하면 국민의 혈세만 낭비 하는게 아니냐?”
사회자는 주제토론과 상관이 없으니 중단해 달라고 양측에 주문을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세금납부 문제는 복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면서 박 후보의 답변을 요구했다.
박 후보는 이미 문제의 6억원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답변할 필요가 없음을 시사하고 사회자로부터 경고를 받았음에도 토론주제에서 빚나간 질문을 하느냐고 질타했다.
사회자는 “지금부터 토론을 엄격하게 하겠다”면서 이 후보의 발언을 제지했다. 이 후보는 1차토론 때 “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라고 발언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산바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2차 토론에서도 자기의 출마목적이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재천명했다.
이 후보는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국민들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그것마저 저버리고 작심하고 막말공세로 일관했다. 왜 그랬을까?
내가 생각하기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어차피 자신은 당선되지 않을 것은 뻔 한 결과인데 ‘못먹는 밥상에 재나 뿌리자’라는 심보이고, 이름만 걸어도 선거보조금 27억원을 굴러들어오는데 ‘공짜를 왜 안먹어’의 불로소득의 심보다.
나는 이번 ‘한국의 토론’을 시청하면서 3번에 걸친 오바마-롬니 미국 대선후보 토론을 되돌아 봤다. 이들도 어떤 때는 격한 어조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토의주제를 벗어난 적은 거의 없다. 주어진 정책주제에 따라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 쟁점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사회자가 주의를 주면 즉각 승복했다. 이정희 후보가 보여준 개인적 주관적인 공격은 찾아 볼 수 없다. 토론의 생명은 발언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토론은 상대방과 진행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토론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레토릭(rhetoric)에서 설득의 세 가지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그리고 로고스(logos)의 중요성을 말한다.
에토스는 청중으로부터 윤리도덕적인 신뢰를 획득하기 위한 변론가의 성향을 말하고, 파토스(pathos)는 청중의 감정과 심리적 욕구 정서 등에 호소하는 기술을 말하며, 로고스는 설득을 위한 이념적이고 합리적인 논증이나 논거의 기술을 말한다. 이정희 후보는 파토스에서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에토스와 로고스에서는 실패한 토론자라고 보면 틀린 말인가?
또 다른 ‘한국의 토론’이 안고 있는 문제는 토론자의 유권자 대표성이다. 토론을 주관 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정부기관이 토론자들을 선정 할 때 이를 전혀 무시한 것이다. 이정희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0.2%에 머문 후보다.
오히려 어떤 무소속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 보다 더 높은 사실이 무시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토론자를 정당위주보다는 유권자 대표성에 중점을 둔다. 정당후보라 할지라도 여론조사 5% 이하는 토론에 참가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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