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싱턴 정가는 21일 열린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으로 분주하다.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을 할때, 연방 헌법 제2조 1항에 근거하여 대통령으로서 헌법 준수에 최선을 다할 것을 선서한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은 왼손은 성경위에 놓고 오른손을 들고 대법원장 앞에서 선서함으로서 하나님과 국민앞에 헌법 준수의 의지를 만천하에 선포하게 되었던 것이다. 워싱턴은 영국의 식민지에서 해방되면서 “사람의 지배”를 종식하고 “법의 지배”를 시작한다는 상징성을 선서식에서 나타낸 것이다. 이것이 200년 넘게 미국 대통령 취임선서의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은 정교분리의 국가이지만 기독교의 영향으로 성경 위에 손을 얹는 것이 전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은 링컨 대통령이 사용했던 성경과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사용했던 성경을 포개어 놓고 그 위에 왼손을 올려 선서한다고 한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통해서 “하나의 미국”을 강조하려는 의미를 가진다.
다음 달에 한국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 선서가 있다. 한국 대통령의 선서는 한국 헌법 69조에 의하는데 미국 헌법과 유사하여 대통령의 헌법 준수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단지 특별히 다른 것이 있다면 선서하는 방법이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는 오른손만 들어서 국민 앞에서 혼자 선서를 하였다. 이승만 박사는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했으면서도 불구하고 법의 지배보다는 사람의 지배를 지속한다는 상징성을 선서식에서 나타낸 것이다. 이씨 조선 왕조의 피를 이어 받아 삼권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 의 권위를 선서하는 방법과 함께 헌법속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뒤를 이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통해서 제왕적 대통령을 그대로 답습한 까닭에 아직도 한국 헌법안에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가 남아 있고 또한 취임선서의 전통도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바라건데, 이제는 전통적으로 지켜오는 불특정 다수 국민 앞에 혼자서 오른손만 들고 취임 선서하는 “국민 앞에서의 단독자” 의 자세는 내려 놓아야 할 때가 되었다. 헌법과 국민앞에 겸손히 그리고 성실하게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새롭고도 상징적인 대통령 취임 선서식이 요구된다.
한국 헌정사를 살펴보면, “법의 지배” 보다는 “사람의 지배” 가 앞섰다. 법치보다는 인치 중심이었다. 이제부터는 한국 사회가 법의 지배, 즉 법위에 사람없고, 법 아래 사람없다는 원칙이 한국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당선인은 이번 취임선서식에서 “법치 한국”을 통한 하나의 한국을 강조해 주기를 바란다. 법치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선서방식을 바꿈과 동시에 그에 걸맞는 헌법의 개정이 필요조건이다. 박 당선인도 선거 공약으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삼권위에 군림하는 영도자적 지위의 제왕적 대통령의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바탕을 둔 “삼권분립의 원칙”이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당선인이 “독재자의 딸”로 불려진 것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이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잘 살아보세” 에서 “바로 살아보세”로 변화 하기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틀과 잔재를 없애는 것이 바로 “제 2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기본 초석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헌법 개정이 대통령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바꾸는 틀만 고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삼권분립을 통한 진정한 법치주의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다음 대통령은 취임선서를 어떤 방식으로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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