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동안 이라크에서 1,700명의 민간인들이 숨졌다. 공식적으로 이라크 전쟁은 마무리됐지만 끔찍한 살상은 오히려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이 날로 깊어지고 그 갈등은 피를 부르고 있다.
미국은 수천 명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하고 천문학적 전비를 들여 이라크를 해방시켰지만 독재보다 더 끔찍한 비극이 이라크를 뒤덮고 있다. 두 종파 간 싸움과 테러로 금년에만 이미 5,000명 이상이 희생됐다. 우리 눈에 시아파와 수니파는 그저 같은 이슬람일 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설사 차이가 있다 해도 사소하게 여겨질 뿐이다. 그러나 두 종파는 철천지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가장 참혹했던 역사 속 살육은 국가나 종교 간의 전쟁이 아니었다. 잔혹한 학살은 거의 예외 없이 같은 국가나 민족 내, 혹은 같은 종교 사이의 싸움에서 발생했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구교도들은 프랑스의 신교인 위그노 신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다. 학살 시작 6일 동안에만 무려 3,000명의 위그노가 목숨을 잃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종파 사이의 갈등이 피의 살육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예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시작된 남북전쟁에서 숨진 미국인은 60만명이다. 현재 인구에 대입해 보면 600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희생이다. 60만명이라는 숫자는 독립전쟁부터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외국과 벌였던 전쟁의 희생자 전부를 합한 것보다 많다.
이렇듯 지금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들은 국가들 사이의 전쟁보다 훨씬 잔인한 양상을 보인다. 또 후유증도 크다. 한 번 갈등이 시작되면 수습이 쉽지 않고 대단히 빨리 확산된다. 형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것을 인류 최초의 살인으로 성경이 기록하고 있는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비슷하면 싸울 일도 별로 없고 다툰다 해도 곧 화해할 것 같은데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정신분석학에서는 폭력을 애초부터 형제살인의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뉴욕시 살인사건 분석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관계인 경우가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비슷할수록 오히려 차이가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실험이 있다. 데스크탑 컴퓨터와 노트북 컴퓨터를 A그룹으로 하고, 데스크탑 컴퓨터와 강아지를 B그룹으로 한 후 둘 가운데 어느 그룹의 차이가 더 많겠는가 라고 물었다. 당연히 B그룹을 꼽은 사람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종이를 나눠준 후 막상 차이점을 적으라고 했더니 B그룹은 애를 먹더라는 것이다. 반면 A그룹을 꼽은 응답자들은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차이점을 수도 없이 적어 내려갔다. 이처럼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느끼게 되는 것은 둘이 비슷한 경우이다.
나와 너무나 다르면 오히려 차이를 인식하는 데 애를 먹게 된다.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어느 나라와의 차이점보다는 일본과의 차이점을, 또 일본보다는 북한과의 차이점을 훨씬 쉽게, 그리고 많이 떠올리게 되듯이 말이다.
그래서 형제처럼 닮은 사이에 일단 균열이 생기면 수습이 힘들고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진다. 여기에 이념과 종교라는 증오의 기름을 붓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야만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향한 적대감이 한국사회에 내재한 증오들 가운데 가장 무시무시하고 폭발성이 강한 것이다.
프로이드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사소한 불일치 때문에 섬뜩함을 느끼고 증오를 품는다”며 이것을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불렀다.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은 오늘도 지구촌 곳곳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동족의 증오”라고 했던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의 말처럼 동족간의 증오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근본주의 이슬람과 세속적 이슬람이 충돌하고 있는 이집트의 정정이 불길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안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비슷한 상대의 다름에 대한 원초적인 적대감이 어떻게 폭력으로 확산되는지를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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