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시간의 80%는 이민자 위해...위로와 희망 주고싶어”
▶ 청년학교 자원봉사로 시작 2006년부터 민권센터 이끌어
<사진 천지훈 기자>
이민법에 따라 울고 웃는 서류미비자들이 미국내에 1,100만명, 한인도 23만명이다. 지난 11월12일부터 31일동안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 진행된 이민개혁 촉구를 위한 시민운동가들의 단식에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이곳에 있었던 민권센터 정승진 회장의 25년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듣는다.
●희망 심어주기
“매년 추방되고 있는 40만명의 서류미비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자 시작했다. 서류미비자 청소년들에게 낙심하지도, 포기하지도 말라고, 이번 일이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단식을 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민권센터 정승진 회장을 비롯 국제서비스노조, 전국아시안노동연맹,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윤대중) 등 시민운동가 15~20명이 이민법안 상정 및 통과 촉구를 위해 단식을 하는 막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존 바이든 부통령, 찰스 슈머, 그레이스 맹 연방하원의원 등 30여명의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격려방문했다.
“‘가족을 위한 단식농성(Fast For Families)’행사를 기획한 68세 고령인 엘리세오 마디나 노조 지도자를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존경하게 되었다. 원래 위장이 안좋은데 첫날 단식을 하니 구역질이 나왔고 8일후에는 복통과 발진이 일어나 의사의 권유로 중지했다. 내년 상반기에 이민법안이 상정되고 통과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민권센터(사무총장 그레이스 심)는 이민개혁에 반대하는 공화당 위원들을 꾸준히 찾아가서 만나고 전화걸기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롱아일랜드 피커 킹 하원의원이 이민개혁 반대에서 찬성으로 온 것은 민권센터가 찾아낸 지역구민이 킹의원에게 포스트 카드를 보내는 등 발로 뛴 노력의 결과이다.
정승진은 단식농성 중 지난 25일 병원에 후송되었는데 그 사이 18파운드가 빠졌다.
“죽을 먹으면서 위장을 달래고 있다. 3파운드가 돌아왔는데 더 건강해져서, 더 많은 일을 하겠다. 플러싱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한인들이 내 손목을 붙들고 고맙다, 고맙다 할 때 나도 눈물이 난다, 긴 얘기는 못해도 눈빛만으로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
●타민족도 정승진 매니아
그렇다면 정승진은 언제부터 인권운동가로서, 스몰비즈니스 기업가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정승진은 1964년 서울에서 1남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전가족이 미국에 이민 온 것은 ‘좀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보통의 이민자들과 같은 이유였다.
“돈도 없고 커넥션도 없고 영어도 서툴렀다. 온가족이 열심히 일해 미국땅에 뿌리를 내리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그는 부모님과 함께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2005년 주 고객이 중국인 인터내셔널 무역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기에 마음 놓고 민권센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가 민권센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민권센터의 전신인 ‘청년학교’ 프로그램 수강을 들으러 갔다가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였다.“20대 초반에 문화예술 분야에 취미가 있어서 무대활동을 하다 보니 저절로 발표력이 길러진 것같다. 89년 아시아문화예술협회 주최 ‘아시아의 함성’ 프로그램에 각 나라 대표 2명이 참가하여 7개월간 세계순회공연을 했다. 한국의 김명곤(전 문화부장관)씨와 내가 한국대표로 공연했고 뉴욕으로 돌아와 청년학교 사무국장으로 1989년~1993년까지 4년반 일했다.”
2006년부터 정승진은 회장으로 민권센터를 이끌며 괄목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민자 엽서보내기 캠페인, 이민자에 관한 진실캠페인, 워싱턴DC 미국의 미래를 위한 이민자대행진, 뉴욕시청앞 집회 개최 등 이민자 권익옹호에 앞장섰다. 또한 노동ㆍ이민ㆍ주택ㆍ형사ㆍ민사법 상담 및 리더십 개발 등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다.
플러싱과 뉴욕 이민자 사회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활동뿐 아니라 예의바르고 반듯한 그의 이미지는 중국단체 대표 등 타민족의 정승진 매니아도 낳았다. 그들의 강력한 출마권유로 정승진은 2009년 9월 뉴욕 플러싱 20지구 시의원 예비선거에 출마, 183표의 근소한 차이로 중국계 옌 초우 후보에게 패했지만 민주당 퀸즈 플러싱 구역 지구당 공동위원장으로서 그의 매니아는 여전히 많다.
“선거에 나왔을 때 어머니가 한 말이 있다. 우리 아들은 남들처럼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성공한 기업가도 아니고 단지 25년간 커뮤니티에 봉사하면서 한가지 진심을 갖고있다고 하셨다.”
아시안 히스패닉 백인 흑인 커뮤니티 리더들이 그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이유다. 그는 청년학교 시절부터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고 영어훈련 캠프를 가고 스피치 강단에 서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사람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한다. 내 마음을 숨김없이 보여주면 듣는 이들이 감동한다.”는 그는 2007, 2008년 아프리칸아메리칸과 공동컨퍼런스에서 2년 연속 스피치 1등을 할 정도다. 그는 2007년 아시안아메리칸 아동과 가정연맹(CACF)이 수여한 커뮤니티 공로상, 2011년 4월 블룸버그 뉴욕시장 주최 이민자 문화유산주간 조찬모임의 아메리칸 드리머 어워드 수상 등, 이민자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데 탁월한 공을 세우고 있음도 인정받았다.
현재 민권센터에는 학생시절 유권자 등록, 투표참여 독려캠페인을 했던 자원봉사자, 여름학교 수료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와 인권변호사로, 이사로 일하고 있다. “민권센터는 동포사회 후원으로 이만큼 성장했다. 풀타임 20명, 4명의 변호사에 1년예산 130만달러로 집행하고 있다. 초창기시절 사무국장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무보수로 일했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도왔다. 재정은 어렵지만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들 즐거이 하고있다.”
민권센터의 재정은 개인을 비롯, 미국 주류재단이 많이 도와주고 있고 그외 주류은행가 모임 등에 민권센터가 하는 일을 알리며 기금을 모은다.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일이 많다보니 정부 그랜트는 10%미만이다.
●“수백번 도망가려 했다“
정승진은 노래도 송창식처럼 잘 하고 흥도 많다. 2003,4년, 한인풍물패 1호인 민권센터 산하 비나리 단장으로서 그는 음력설, 정월대보름맞이 지신밟기 행사가 열리면 플러싱과 맨하탄 한인타운을 돌면서 앞장서 꽹과리를 두들겼다. “미국에 와서 27년간 휴가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수백번 도망가려고 했다. 내 시간의 80%를 민권센터를 위해 쓰고 나머지 20%를 생업을 위해 쓴다. 늘 바깥일에 바쁘다보니 결혼 초창기에는 많은 갈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장거리 운전사로, 비서로 조용히 내조하고 있는 아내 정연희(46)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선거에 다시 안 나오냐고 묻는다. 하지만 선거만 바라보고 일해서는 안된다. 늘 내가 하던대로 일하면서 커뮤니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회가 주어지면 한다.
”정승진은 이미 돈과 명예를 떠나 있다. 25년을 무보수로 일하는 그는 이번 단식행사에서 더 큰 것을 보았다.“백인, 히스패닉, 흑인, 동양인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하루종일 주제발표와 토론을 하고 쪽잠을 자면서 타민족을 인정하고 모든 인종간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로 단결되는 것을 보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당선되었을 때만 해도 인종갈등하면 흑인들과의 관계였으나 지금은 이민 초보자와 오래 산 사람들과의 갈등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민자 리더들이 나와서 갈등을 해소하고 권익 옹호를 외쳐야 한다.”
그는 “지금 49세지만 앞으로 더 성숙해지고 더 큰 사람이 되고싶다, 타민족과의 화합을 이루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말한다.“암투병 하다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이웃을 네몸처럼 생각하라고 늘 말하셨다. 힘들 때는 기도를 하면서 힘을 얻는다. 코리안 아메리칸은 영원한 소수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우리가 타민족 사회, 그 안에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단식 행사처럼 차후 이민자권익 행사의 리더로서 계속 한인이 배출되면 우린 더 이상 소수민족이 아닌 ‘내가 미국이 주인이다’는 것을 더욱 느낄 것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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