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직 / 내과전문의 LA카운티의사회 1지구회장
미국의료계에서 2013년은 큰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한해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LA 카운티를 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오바마케어로 인한 변화를 위한 준비의 기간이었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미국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메디케어와 메디칼을 모두 가지신 분들에게 해당이 되는 칼 메디커넥트(Cal Mediconnect)가 내년 4월 이후로 연기가 되었고 거대 자본을 가진 보험회사나 병원이 클리닉을 사는, 소위 기업 의료(Corporate Practice)가 더욱 가속화된 해였다.
더불어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계에 ‘효율성’이 더욱 강조되었는데 그것은 그동안 양 위주의 진료방식보다 질 위주의 진료를 추구하는 병원이나 의사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들이 단기간에 이루어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시작부터 문제를 일으키면서 전국적인 파장을 부른 오바마케어 웹사이트와 함께 대통령의 약속 불이행이 불만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 실시 전에 국민에게 항상 약속해온 것이 ‘you can keep your doctor’였다. 즉 오바마케어가 실시되더라도 미 국민들은 현재의 주치의를 그대로 볼 수 있고 현재 의료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인데 이것이 최근 보험회사들이 보험가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가입해지 통보를 함으로서 빈말이 되고 만 것이다.
주정부 예산난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추진되던 칼 메디커넥트도 준비부족과 환자의 의사선택권의 제한을 우려한 미고령자협회(AARP)를 비롯한 인권단체와 의료계의 반발로 1년 내내 연기가 되었는데 내년 중 실시될 가능성 역시 적어 보인다.
이러한 외향적인 변화이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와중에 일어나는 큰 변화도 있다.
미국의 헬스케어가 과거 미국의료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주치의 개념보다는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내세우는 보험회사와 대형병원의 전쟁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리를 앞세우는 보험회사나 대형병원들은 환자 개개인의 건강상태나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고 영업이익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손익관계에 따라서 환자 의견에 관계없이 의사와 환자 관계를 끊을 수도 있고 일방적으로 환자에 대한 의료혜택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을 이미 느끼고 있으며 피해를 보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변화가 가속화된다면 현재 환자-의사간의 인간적인 면보다는 효율성만 내세운 기계적인 관계로 변할 수 있고 의술보다는 상술이 앞서지 않을까하는 우려 또한 높아진다.
또 미국사회의 특성상 제약회사나 보험회사와 같은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하는 이익단체들의 로비는 실제로 워싱턴의 정책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환자의 이익이나 권리가 외면당할 수가 있다. 특히 한인들과 같이 영어구사가 불편한 이민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 때문에 불이익을 받기 쉽고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가 있다.
대형 보험회사나 큰 병원이 클리닉을 사고파는, 기업진료(Corporate Practice)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LA카운티 의사회는 남가주 한인 의사회와 함께 변화되는 제도에 대해 의사와 환자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한편 환자의 권리와 의사선택권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또 오바마케어가 한인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의사교육을 실시하면서 특히 소수계 의사들이 환자를 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고 있다.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 오바마케어가 가져오는 변화의 장단점을 따져보며 환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한인사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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