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 정기회의는 한 달에 두번씩 열린다. 물론 주민들 누구나 방청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케이블 TV로 중계하며 동시에 인터넷으로도 스트리밍을 해서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회의진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는 의사 결정 내용과 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회의에서 주민들에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물론 주민들은 꼭 회의장에 출석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메일, 전화, 편지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교육위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 회의 때 직접 와서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의 효과는 상당히 크다. 일단 교육위원들과 교육청 고위간부들이 경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TV나 컴퓨터를 통해 외부에도 널리 알릴 수 있다. 또한 기사거리가 될만하면 취재 기자들에 의해 언론에 뉴스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높은 효과가 있는 기회이기에 주민들이 발언할 때 적용되는 지침들이 있다. 우선 발언 신청자 수는 10명 그리고 발언 시간은 한 사람당 3분 이내로 제한한다. 또한 당일 회의 안건에 대한 발언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발언 신청자가 10명이 채 안될 경우 당일 회의 안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도 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면 허용된다. 그런데 금지되는 발언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인신공격성 발언이다. 선출직인 교육위원들에 대한 비난은 허용되지만 교육청 직원이나 교사 그리고 일반인에 대한 개인적 인신공격은 금지된다. 이러한 지침에 대한 위반이 있는 경우 회의 진행을 책임지고 있는 의장이 제지해야 한다. 그런데 몇 주전 내가 아직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주재하고 있는 회의에서 이런 발언을 적시에 제지하는 것에 실패한 적이 있다.
그 날 가장 중요한 안건은 다름아닌 초등학교 월요일 종일수업안이었다. 그런데 주민발언 신청자 중 전임교육위원 한 명이 반대 논리를 정연하게 개진했다. 그 발언자는 여러해 동안 내가 같이 교육위원으로 일을 했기에 잘 알고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느 한 교원노조 위원장이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조금 전 발언한 전임 교육위원이 현역이었을 당시 교원노조의 입장에 우호적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면서 아주 원색적인 표현과 격한 목소리로 비난하였다. 당일 회의장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주민들이 참석해 회의 진행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교원노조 위원장 발언 후 또 다른 전임 교육위원이 가세해 초등학교 월요일 종일수업에 반대했던 전임 교육위원에 대한 비난을 이어 갔다. 나는 뒤늦게 이러한 발언 내용들이 인신공격적인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두 번째 비난 발언을 중지 시켰다. 그리고 종일 수업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전임 교육위원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공직자가 아닌 일반시민이기에 그 누구도 그에게 인신공격성 비난은 할 수 없음을 상기시켰다. 인신공격을 제 때에 제지하지 못했던 것은 전적으로 의장인 나의 책임이라고 인정했다.
다음 날 이 해프닝에 대해 여러 사람들로 이메일을 받았다. 대부분 우선 적절하지 못했던 인신공격성 비난 발언에 대한 놀라움을 피력하면서 교원노조 위원장이나 전임 교육위원이라면 주민발언지침을 숙지하고 있었을텐데 실망스럽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그 날 회의 자리에 학생들도 제법 많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따랐다. 대신 뒤늦게나마 내가 의장으로 두 번째 비난 발언자에게 주의를 주고 인신공격을 받았던 발언자에게 사과한 것은 잘 했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었다.
의장직을 3년이나 맡아 하면서도 회의를 항상 매끄럽게 이끌거나 탈없이 진행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실수도 했고 감정 조절 실패나 판단 미숙으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다. 의사진행규칙 적용에 혼동이 있을 때도 있었다.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그렇고 앞으로 지금보다 더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증거라고 애써 스스로 위안해 보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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