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산 지도 어언 40년이 훌쩍 넘었다. 다시금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끼며 정신없이 살아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짧기에 여러 가지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한국에서 살 때는 어디든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이나 상점들이 있어서 무척이나 편리하게 살았던 것 같았는데 이곳 미국은 조그마한 것 하나 사려해도 운전을 해서 꼭 나가야만 한다.
자동차는 마치 신발과도 같다. 어디를 갈 때는 꼭 신어야 되는 신발처럼…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운전을 하면 무척이나 마음이 든든해 보인다. 누구든지 미국에 와서 직장을 잡고 일하러 다닐 때는 운전을 했겠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머리는 하얗게 세고, 하던 일도 멈추고 은퇴를 하고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모든 살림을 줄이기 마련이고 따로 타던 자동차도 한대로 줄여서 함께 타고 다니게 된다. 어떤 경우는 남편이 꼭 운전을 하면서 아내에게는 운전을 그만하고 편히 옆에 타고 가라고 얘기를 한다.
좋은 뜻에서 보면 늘 고생만 한 아내가 안쓰러워 혹시라도 사고를 내서 다칠까봐 절대 자동차 열쇠를 주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신경 쓸 일도 없고 지금 현재는 더없이 즐겁고 행복할 것이나 좀 더 나이가 들면 운전을 하던 사람이 운전을 못할 경우가 생길 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운전을 해야 할 때가 생긴다.
젊을 때 운전을 잘하던 아내도 오랫동안 운전대를 놓으면 다시 운전을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때로는 육체적으로 몸을 쓰기 힘든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누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내 스스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운전은 꼭 필수이다. 그러기에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이가 너무 들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운전대를 놓아서는 안된다.
어느 가정이나 사정과 형편이 다르겠지만 부부 중에 누가 먼저 어려움을 당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그런 나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준비를 해 주는 것이다. 말로만 서로 사랑한다 하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깊은 배려가 현명한 일이다.
그러기에 서로 격려하면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며 대체로 한가한 시간에 넓은 장소에 가서 연습을 하도록 한다.
나이 들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 가운데 부인이 운전을 미처 배우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연습을 통해 운전에 자신이 생기면 시험을 치고 면허증을 딴 후에 가까운 그로서리 장도 다녀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노력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런지? 언제까지 “난, 운전 못해!”하며 마음을 닫고 그 말만 되뇌일 것인지…
더 늦기 전에 마음을 강하게 먹고 운전대를 쥐어보는 것이 장래를 위한 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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