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2012년‘광해, 왕이된 남자’로 1000만 관객을 찍었으나지난해 개봉한‘협녀, 칼의 기억’은100만도 못 모으는 쓴맛을 봤다. 그사이 사생활 관련 구설에 올라 흥행성적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내부자들’은 이병헌이 온전히 연기력으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있을지, 리트머스 시험지로 주목받은 영화다.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이 증명하듯, 그 누구도 쉽게‘배우 이병헌’의 매력을 저버릴 수없음이 드러났다. 스크린에서 이렇게 즐겁게 노니 천상 배우다 싶다.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은 자신이연기한 정치깡패 안상구를, 나쁜놈인데 인간적으로 정이 가게 만들었다. 관객들이“나쁜 깡패 새끼”를 응원하게 만드는, 참으로 영리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원래는 백윤식이 연기한 보수 언론사의 논설주간‘이강희’역할에 마음이 갔단다. 이강희는 정치깡패 안상구와 은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대권후보를 키우는 킹메이커다. 반면안상구는 시나리오에서 심각한 분위기의 정치깡패로 그려져 있었다.
이강희는 안상구를“여우같은 곰”이라고 표현한다. 제 딴에는 머리를굴리며 이런저런 작전을 짜지만‘고수’ 이강희 눈에는 수가 다 드러난다. 결정적으로 남을 절대 믿지 않은 이강희와 달리 안상구는 그래도의리가 살아있다. 자기 식구는 끔찍이 챙기고, 한번 형제의 연을 맺은사람에게는 마음을 내준다.
안상구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 있다. 엔터테인먼트사사장이 된 안상구는 멋진 밴 자동차에서 잘 빠진 수트 차림에 목 베개를 한 채 내린 뒤 부하의 와이프생일을 챙기며 케이크를 건넨다. 이어 전라도 사투리를 험하게 하면서어디 창고로 끌려와 의자에 묶여있는 남자를 망치로 무섭게 위협한다.
미친놈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갈 때는 소름이 돋는다. 그렇게독한 얼굴로 흉기를 휘둘렀는데, 막상 암전된 화면이 밝아지면 반전의상황이 펼쳐진다.
이병헌은“우민호 감독이 안상구의캐릭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좋아한다”며“겉멋을 중시하니까 밴을 타보면 어떨까. 목베개는 내걸 가져왔다. 원래는 망치로 손을 내리치는 걸로 돼있었는데, 안상구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지금 장면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유난히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 안상구의 대사를 새로 쓸 시간적 여유가없어서 현장에서 자신이 상상하던캐릭터를 떠올리며 연기했고, 필요에 따라 대사도 직접 만들었다.
안상구가 폭력을 일삼는 깡패지만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는것은 안상구의 복수를 도와주는 전직 아이돌 출신의 여성의 존재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안상구에게 복수 따위 다 접고 몰디브에 가서 모히토나 마시자고 한다.
이병헌은“그 여자와도 멜로가 아니고 의리로 맺어진 관계”라며“사실 우리 영화에는 좋은 사람이 없다. 누가 덜 나쁘고 더 나쁜지의 차이다. 안상구는 복수가 목표인 사람이나 복수가 실행되기까지 매일 복수 생각만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때로는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는 것이며, 그렇게 삶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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