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선의·우정 항상 기억…자주 돌아오겠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기자단과 간담회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한국민 여러분 모두 저희에게 깊은 감동을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지켜보고, 함께하고, 귀감을 얻기 위해 앞으로 자주 돌아오겠습니다. 같이 갑시다!"
2년 3개월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오는 20일 이임하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송별 기자회견은 진한 아쉬움과 유쾌한 유머가 공존하는 자리였다.
13일 오후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저 안의 기자회견장. 예정된 시간이 되자 줄무늬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리퍼트 대사는 먼저 20분가량 준비한 원고를 읽어나갔다.
아내 로빈 리퍼트 여사는 파란색 원피스에 검은색 재킷 차림으로, 품에는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 세희를 안고서 기자회견 중간부터 리퍼트 대사의 옆에 섰다.
리퍼트 대사는 발표와 문답을 포함해 모두 한 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릴 때마다 모두 5~6차례에 걸쳐 울먹였다.
그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한국민들로부터 받은 환대를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의 깊은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의 아름답고도 역사가 유구한 곳곳을 다니며 받은 따스함을 항상 기억하겠다. 많은 한국 국민으로부터 환대를 받았고 좋은 추억이 많다"며 한국어 공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방문, 수영으로 한강 도강, 한국 프로야구 경기 관람, 대구 치맥 페스티벌 참석, 미국 대사로는 36년 만의 전남대 방문 등을 소중한 기억으로 꼽았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2015년 3월 5일의 철렁했던 피습의 순간을 돌아보면서는 "당시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뜨거운 성원을 우리가 경험했다. 이러한 환대, 선의, 우정은 항상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서 부인 로빈 리퍼트와 함께 이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특히 한국에서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두 자녀를 낳은 일을 꼽았다. 리퍼트 대사 부부는 2015년 1월 태어난 아들에게 '세준'이라는 이름을,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에게는 '세희'라는 한국식 중간 이름을 지어줬다.
그는 "세준이의 100일 잔치와 돌잔치에 많은 분이 함께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아들 세준은 '아빠'가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는 동안 천진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다가 이따금 멀뚱히 서서 취재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들었던 한국에서 떠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지만, 평소 소탈했던 리퍼트 대사답게 대답 곳곳에는 유머도 빠지지 않았다.
미국과 다른 한국의 모습을 묻자 그는 "삶의 소소한 것들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다"면서 "예를 들면 피트니스센터에서 한국 사람들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또 야구장을 가기 전까지는 한국 국민이 그렇게 치킨을 많이 먹는지 몰랐다(웃음)"고 고백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열광적인 '팬심'을 보여줬던 그는 "미국에서도 아침마다 헬스장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한국 야구를 볼 것"이라며 오는 3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팀과 미국팀이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팀을 응원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미국을 응원한다고 할 것"이라며 "나는 미국사람이니까요"라며 웃었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에서 부인 로빈 리퍼트와 함께 이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육아법' 차이를 묻자 로빈 여사가 마이크를 잡고 "육아는 우리도 배우는 중이다. 미국이나 한국은 비슷한 점이 차이보다 많다.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세준이를 한국에서 키우는 2년간 좋았던 것은 국제적 시각을 가질 기회를 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차이를 꼽자면 세준이가 뽀로로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순간을 앞둔 자리에서,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자신이 2014년 10월 한국으로 향한 이유를 설명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훌륭한 나라로서 유구한 문화와 국제적 지위를 갖추었고, 동맹으로서 밀착된 관계를 우리가 누리고 있다"며 "바로 이렇게 미국과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나는 한국 대사에만 관심이 있었지 다른 국가의 대사직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외교도 결국 근본은 국가와 국가, 그리고 국가에 속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리퍼트 대사는 분명 오랜 시간 고민했을 기자회견 발표 말미의 한국어 표현으로 '인연'을 선택했다.
"한미동맹은 역사상 최고의 상태입니다. 우리는 관계를 강화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한국어 표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것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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