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산악대 빅락 등반
▶ 제일 막내가 60대 중반으로 대부분 70~80대 나이대지만 두 번 등반 등 노익장 과시

지난 4일 리버사이드 카운티 레이크 페리스의 빅락에서 암벽등반을 한 서울대 산악대 대원들. 대부분 70~80대이지만 이날 거의 모두 바위에 오르는 등 한껏 노익장을 과시했다. [서울대 산악반 제공]
“(앞을) 보고, (발을) 믿고, (허리는) 펴고….”
절벽 아래서 로프를 당기며 ‘빌레이어(belayer)’가 쩌렁쩌렁 목소리를 높이면 바위에 몸을 맡긴 ‘초짜’들은 따라서 복창한다. “보고, 믿고….” 어느새 등반화가 바위에 밀착, 몸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빌레이어’는 암벽등반에서 이른바 ‘조교’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대원이다.
지난 4일(토) 리버사이드 카운티 레이크 페리스의 빅락(Big Rock). 서울대 산악대의 5월 산행 장소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암벽등반. 바위를 손과 발의 마찰력으로 오르는 슬랩 클라이밍(slab climbing)이다.
파킹장에서 숲길을 따라 나서자 얼마안가 우람한 바위가 나타났다. 숲이 이 거대한 화강암 바위를 꽁꽁 숨겨놓고 있었던 것. 깎아지른 듯한 바위를 올라가야 하는 난코스다. 바위 정상까지는 약 200피트. 경사각은 무려 70도다. 바위 아래서 위를 쳐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날 산행에 참가한 30여 대원들 가운데 제일 막내는 60대 중반의 두 여성. 나머지는 모두 70~80대다. 김동근(공대) 대장은 올해 83세. 중·고등·대학은 물론 미국에 유학와서도 바위를 탄 거의 프로급 클라이머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상징인 ‘엘카피탄’을 먹고 자며 불과 나흘만에 완등에 성공, 한인사회에서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리를 알고 나면 정말 쉬워요. 내 발을 믿으면 됩니다. 로프를 하니스에 차고 올라가면 ‘빌레이어’가 여러분의 안전을 책임져주니까 그냥 믿으세요.”
“제가 한번 도전해볼게요.” 간호대 출신의 양수진 대원이 자원하자 모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짜, 그것도 60대 중반에 가까운 여성이다. 그가 정상 정복에 성공하고 내려오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는 이날 남녀 통틀어 두 번이나 등반에 성공한 유일한 대원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이후 너도 나도 하네스에 로프를 매고는 바위에 올랐다.
사이즈 10.5를 신는다는 김자성(의대) 대원은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이 없어 등반을 포기한 상태였는데 80대 동료들의 활약에 자극을 받았다. 사이즈 9.5의 신발을 신고는 기여코 암벽을 정복한 것. “발을 신발에 맞추라”는 주변의 터무니 없는 강권에 따라 힘을 냈다.
이날 또다른 기록을 쓴 이는 81세의 남종우(공대) 박사. 초스피드로 바위에 오르자 이에 놀란 ‘빌레이어’ 김인종(농생대) 대원이 급제동을 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선배님, 천천히~.” 그래도 개의치 않자 급기야 톤을 높였다. “종우형! 이제 좀 쉬세요, 제발.”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며 오른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이처럼 80대가 바위를 타는 모습을 지켜본 한 대원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한마디 했다. “요새는 자기 나이에서 30을 빼야 되요.” 시쳇말로 ’80이 새로운 50’이란 말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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