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LEE·이병헌), 리!"

"감독님 사인해주세요."

이병헌을 연호하는 레드카펫부터 웃음과 기립박수가 이어진 극장까지 영화 '어쩔수가없다' 공식 첫 상영회는 팬들의 환호가 가득한 현장이었다.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 프리미어 상영회가 개최됐다.

프리미어 상영회는 일반 관객에게 처음 영화를 선보이는 공식 자리로, 배우와 감독이 참석한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재취업에 나서는 실직 가장 만수(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그린 '어쩔수가없다'는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이 자리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상영회가 시작되기 10분 전 주연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이 살라 그란데 극장 앞에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병헌은 실직 가장인 만수 역을,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미리를 연기했다. 이들 배우가 차에서 내려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내자, 상영회가 시작되기 전 극장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팬들의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병헌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등으로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살라 그란데 극장 앞을 메운 팬들은 연신 "리"를 외쳤다. 이병헌의 전작 '악마를 보았다'(2010) 포스터를 들고 그의 사인을 기다리는 팬도 있었다. 이병헌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하며 환호에 화답했다.

손예진을 비롯해 배우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도 가까이 다가가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박찬욱 감독도 높은 명성을 확인하듯 큰 환호를 받았다. 박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여러 곳을 촬영하기도 했다.

배우들과 감독이 살라 그란데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프리미어 상영회에 함께한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상영회는 객석의 기립박수로 막을 올렸다.

상영회는 블랙코미디가 담긴 장면에 관객들이 반응하며 열기를 더해갔다. 특히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인 범모(이성민)를 죽이려는 만수가 뜻하지 않게 경쟁자의 아내인 아라(염혜란)의 도움을 받는 장면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만수의 실직으로 미리(손예진)가 넷플릭스 지출을 줄이겠다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오며 영화가 지닌 보편적인 정서를 확인하게 했다. 때로는 실직의 안타까움에 객석에서 탄식이 나오는 등 교차하는 희비극에 관객들이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9분간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과 배우들은 손을 맞잡고 인사하며 화답했다. 박 감독은 배우들을 일일이 껴안으며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어쩔수가없다' 제작총괄을 맡은 이미경 CJ 부회장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관객 사니 가브리엘레 씨는 "한국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는데, 베네치아영화제 프로그램을 보던 중 '어쩔수가없다' 예고편에 끌려서 영화를 보게 됐다"며 "배우들의 연기가 설득력이 있고 현실적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영화를 본 분들이 찾아와 모두 재미있다고 말해줬다"며 "그 말이 진심이길 바라고 있다"고 첫선을 보인 소감을 밝혔다.

해외 주요 매체는 이 시대를 향한 풍자극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인디와이어는 "박찬욱 감독의 탁월하고 잔혹하고 씁쓸하게 유머러스한 풍자극"이라며 "주인공을 응원하지 않고 공감하는 희귀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박찬욱 감독이 선보이는 충격적이면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풍자극"이라며 "박찬욱 감독의 최고 걸작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베네치아영화제 경쟁작 중에서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주연을 맡은 이병헌 연기에 대한 호평도 나왔다.

인디와이어는 "만수 역을 맡은 이병헌의 유려한 연기는 박 감독의 비극적인 톤의 균형을 잡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데드라인은 "'어쩔수가없다'는 이병헌의 놀라운 연기를 담아낸 작품이자, 봉준호 영화의 '기생충'에 대한 박 감독의 응답처럼 보이는 짙은 블랙 코미디"라고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등과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놓고 겨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