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기재부 분리 후 로드맵 제각각
▶ 기획처 장관 공석속 협업 시험대
▶ 조율 실패 땐 ‘어젠다 경쟁’ 심화
올해 기획재정부라는 한 지붕에서 갈라져 나온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각각 ‘국가 대도약 2045’와 ‘미래 비전 2050’을 장기 비전으로 제시하고 청사진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경제정책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 미래를 제시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두 부처가 긴밀한 조율 없이 병렬적으로 장기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정책 설계와 집행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는 광복 100주년인 2045년을 목표로 한 경제 대도약을 위해 현 정부 임기 내 추진 가능한 액션플랜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혁신 성장과 대외 경제, 국민 균형 성장, 민생경제, 구조 혁신 등 5개 분야별로 어젠다를 발굴하고 있다.
최종 시점을 2045년으로 두지만 현 정부 임기 내 실행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 재경부 마스터플랜의 특징이다. 또 경제성장을 중심축으로 인구·노동·교육 등 사회 전반도 아우르고 있다.
반면 기획처는 장관 자문 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와 함께 장기 비전 목표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았다. 현재 가칭 ‘미래 비전 2050’을 마련 중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처가 제시했던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을 계승·확장한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인구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 달성, 인공지능(AI) 대전환, 양극화 완화, 지역 불균형 완화 등 사회 전 분야를 주제로 2030년 중기 목표와 2050년 장기 목표를 각각 세우고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문제는 두 부처가 동시에 마스터플랜을 짜면서 일하는 자원이 중복되고 자칫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조직이 쪼개지면서 일종의 어젠다 주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경부나 기획처 한 곳에서 중장기 전략 플랜을 짜는 것은 어려우니 두 부처가 함께 조율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석인 기획처 장관이 임명되면 두 부처의 협업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처는 과거 미래 비전을 발표한 피가 흐르고 있어 기획 영역을 계속 강조할 것이고 재경부도 국가 경제의 미래를 그리는 역할을 이어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부처의 정책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반면 관가 일각에서는 두 부처가 의미 없는 정책 대결에 힘을 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장기 마스터플랜은 결국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서랍 속 페이퍼’에 불과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당장 성과가 나는 일을 빠르게 추진하기를 요구하는데 얼마나 청와대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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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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