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시 산뜻하고 가차없이 신맛 나는 영국 갱스터 영화로 액션보다 두 주인공간의 의지의 대결이 볼만한 심리 스릴러다. 내용은 매우 간단하나 감관에 대갈못이 박히는 듯 강력하고 또 잔인한 작품이다. 한 때 동지였다 적이 된 두 갱스터로 나오는 벤 킹슬리와 레이 윈스턴의 충돌에서 발산하는 성적 긴장감이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조성하는데 차라리 그 성적 긴장감은 성적 매력이라고 해도 되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스타일과 내용과 촬영 그리고 연기가 모두 훌륭한 삼삼하기 짝이 없는 영화로 특히 킹슬리의 연기는 두고두고 이야기될 겁나는 것이다.

런던의 갱스터였던 갈 도브(레이 윈스턴)는 스페인의 휴양지 코스타 델 솔의 언덕 위에 지은 별장에서 전직 포르노 배우인 아내 디디(아만다 레드만)와 한가롭게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갈이 하는 일이란 낮이면 집의 풀가에서 뜨거운 일광욕을 즐기며 맥주로 목을 추기고 밤이면 아내와 과거 갱스터 동료 부부와 함께 외식하는 것.

어느 날 갈이 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데 언덕에서 커다란 바위가 굴러내려 풀 속에 처박힌다(이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바위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갈의 한가로운 삶은 어느 날 런던서 한 때 자기 라이벌이었던 갱스터 돈 로간(벤 킹슬리)이 나타나면서 요동을 치게 된다.

런던의 범죄단 두목 테디(이안 맥쉐인)가 은행을 털 계획을 짜고 돈을 스페인에 보내 갈을 데려오도록 한 것이다. 돈은 처음에는 친구 대하듯 갈에게 입빠른 소리를 하면서 범죄 가담을 종용하다가 갈이 이를 거절하자 거침없이 F자 상소리를 내뱉으며 으르고 공갈협박을 해댄다. 돈과 갈 간의 장시간 이어지는 종용과 협박과 이에 대한 끈질긴 거부의 대결에서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긴장감과 한증탕에 들어간 듯한 더위와 습기가 생성된다.

돈은 갈과 그의 아내 그리고 갈의 친구 부부에게 마구 욕지거리와 상소리를 내뱉으며 분을 참지 못해 씩씩대지만 디디와 갈의 강인한 거절로 공항으로 떠난다. 그러나 분을 못이긴 돈이 다시 갈을 찾아오면서 마침내 유혈폭력이 발생한다.

이 폭력의 결과 때문에 갈은 할 수 없이 은행털이에 가담하게 되는데 한밤 터키탕을 통해 은행금고를 터는 수중신이 옛날 프랑스 갱영화처럼 멋있다(쏟아져 나오는 록 뮤직과 촬영이 가히 환상적이다). 스페인의 뜨겁고 작렬하는 태양의 컬러와 런던 지하세계와 수중 금고털이의 어두운 빛이 극명하고도 멋들어지게 대조되는 갱스터 느와르로 매우 지적인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겁이나 오금이 저려오는 경험을 하기 되는 것은 킹슬리의 동아리를 튼 코브라의 맹독성 연기 탓이다. 민둥머리와 단단한 체구에 답답하게 달라붙다시피 한 바지와 반팔 셔츠를 입은 그가 목과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입에 못 담을 상소리를 해대는데 그가 간디역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독기와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격한 성질과 광기에 가까운 위험성은 꿈에 볼까 겁나는 소름 끼치는 것이다. 오스카상 감이다. 이에 비해 느긋하면서도 바위처럼 묵직한 윈스턴의 연기도 뛰어나다. 감독 조나산 글레이저.

등급 R. Fox Search Light.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사우스 코스트 빌리지(714-540-0594),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