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사망한 스탠리 큐브릭감독이 만들려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바톤을 넘긴 로보트의 인간화와 사랑에의 집념을 그린 공상과학영화 ‘A.I.’가 지난 29일 미국서 일제히 개봉됐다. 스필버그가 오래간만에 각본도 썼는데 창세기와 공상과학과 동화를 혼성한듯한 작품이다.
대담하고 상상력있고 또 재미와 뜻 깊은 이야기 및 화려한 세트디자인과 특수효과등이 모두 좋은 영화다. 그러나 기대치는 키우지마라. 과거 여러영화의 부분들을 발췌 편집한 것 같아 스필버그의 영화치곤 뜻밖의 일이라는 실망을 할 수 있다. 우선 생각나는 영화들이 ‘E.T.’, ‘매드맥스’3편과 ‘검투사’, ‘블레이드 러너’, ‘2001:우주 오디세이’, ‘클라크워크 오렌지’, ‘제3세계와의 조우’, ‘오즈의 마법사’ 및 ‘토탈리콜’등. 그리고 후반내용은 ‘피노키오’의 얘기를 답습하고 있다.
소년이 주연이지만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내용이 복잡하고 어두우며 또 무서운데 그래서 등급 PG-13(13세 미만 관람시 부모나 성인의 적극적 안내가 필요함)을 받았다. 당초 이 영화는 큐브릭이 만들려다 내용이 자기보다 스필버그의 감각에 더 맞는다고 판단, 그에게 감독을 맡겼다.
스필버그는 큐브릭의 생존시 그와 만나 듣고 본 큐브릭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글을 썼는데 스필버그의 영화로서는 매우 차고 어두운 것은 큐브릭의 영향 때문이다. 차가운 큐브릭과 따뜻한 스필버그의 성질이 야릇하게 혼합된 영화다.
가까운 미래.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뉴욕등 대도시가 수장되고 자원은 고갈됐으나 인간의 과학적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간의 시중을 드는 것은 감정은 없고 나머지 모든 것은 인간과 똑 같은 로보트들.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낄수있는 소년 로보트 데이빗(헤일리 조엘 오스멘트- ‘제6감’)을 제조, 외아들이 불치의 병을 않는 해리와 모니카 부부에게 맡긴다.
모니카가 데이빗의 감정작동 단추를 누르면서 데이빗은 모니카에게 "엄마, 사랑해요"라며 아들 노릇을 하려든다. 그러나 뜻밖에 모니카의 아들이 병이 나아 귀가하면서 인간아들과 로보트아들간에 치열한 경쟁의식이 발생한다.
그리고 데이빗은 모니카에게 집요하게 자기도 사랑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모니카는 데이빗을 내다버리기로 한다. 영화의 후반은 버림받은 데이빗이 말하는 곰인형 테디와 남창 로보트 조(주드 로)와 함께 자기를 인간으로 만들어 줄 푸른 요정을 찾아가는 로드 무비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144분 정도인데 마지막 20여분은 사족에 지나지 않는다. 스필버그의 통제할 줄 모르는 감상이 넘쳐 흐르면서 영화 전체가 감정적 홍수사태를 맞고 있다.
스필버그는 철없을 정도로 순진한 만년 소년이라고 하겠는데 그가 오래간만에 다시 동화의 세계를 그리면서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A.I.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머릿글자로 이 영화의 원작은 브라이언 앨리스가 1969년 쓴 짧은 소설 ‘슈퍼 장난감들은 여름 내내 간다’이다. 스필버그가 너무나 큐브릭을 의식하고 만든 것 같은데 일종의 큐브릭에 대한 헌사 같은 영화로 스필버그는 큐브릭에게 제작자의 타이틀을 사후 헌정했다.
이 영화는 인간화를 갈망하는 로보트를 통해 인간의 기술문명속에 내포된 가공성을 경고하고도 있다.
박흥진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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