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한국과 미국 모두 선거의 해이다. 한국은 국회의원을, 미국은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두 나라는 유권자나 출마자의 입장을 떠나 국가의 앞날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해가 되고 있다.
입후보자들이 가장 앞세우는 공약은 과거에 늘 그랬듯이 국민들을 잘 살도록 만들어 주겠다는 경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민생 문제는 유권자를 매료시키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며 사람을 사람 구실하도록 만들어 주는 최소한의 척도가 되고 있다. 한인 동포가 뒤늦게 미국 땅에 이민 와서 짧은 기간 내에 이만큼 자리잡은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성과는 그 동안 한인 동포들이 쏟은 노력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의 관용적인 이민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이민생활을 정착시키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혜택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 사람들이 거꾸로 한국에 이민 갔었다면 먹고살기는커녕 몸이나 제대로 부지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 갔었다. 그 건물은 디즈니가와 많은 개인 및 회사의 헌금에 힘 입어 작년 완공된 것으로 할리웃 보울과 함께 LA를 대표하는 연주장소로 이미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내가 그 콘서트홀을 부러워 한 것은 최첨단 건축 양식과 최신 시설을 갖춰서가 아니라 미국 제1의 도시로 도약하려는 LA가 양적인 팽창에 뒤지지 않는 문화공간들을 착착 추진해 나가는 긴 안목의 계획성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날 스웨덴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성악가와 100명이 넘는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출연하였는데 관객들이 공연과 입·퇴장 시 보여준 질서 의식은 교향악단이 엮어낸 아름다운 화음 못지 않게 훌륭하였다. 그 공연의 성공은 연주자들과 관람자들의 공연에 의해서 이뤄낸 합작이었던 것이다.
2003년은 이민역사 100주년이라 단체마다 축하행사를 벌이느라 1년 내내 한인사회가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요란한 잔치 먹을 것 없다고 지금 우리에게 남은 소득은 무엇인가? 역사에 대한 자성이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는 법이다.
우리는 단지 지난날을 기념하고 자기도취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중에 하나가 납세 정신이다.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으면서 메디칼 혜택이 줄었다, 생계보조금이 부족하다, 범죄가 늘었다, 길이 지저분하다, 학비가 오른다 등등의 불평은 처음부터 말할 자격조차 없는 소리이다.
국가도 살림도 가정과 마찬가지로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면 국민을 잘 살도록 만들어 줄 수 없다.
우리가 모두 잘 살려면 좋은 입후보자를 뽑는 일보다 정부가 잘 살 수 있는 사업을 펴도록 세원 을 만들어 주는 일이 선결 사항이다.
좋은 공연을 감상하려면 연주자 못지 않게 관람자도 지켜야 할 몫이 있는 것처럼, 한인 동포가 미국에서 떳떳한 이민자로 대접 받기 위해서는 더 이상 눈치 밥을 먹는 수혜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이제는 도움을 주는 동반자로 올라서야 할 것이다.
미국은 잠시 머물 여관이 아니라 우리와 우리 후손이 영원히 살아가고 꾸려나가야 할 집인 것이다.
조만연/수필가·공인회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