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에릭 김씨 변화 주도
회사 슬로건 ‘Leap ahead’로 교체
“변화해야 생존”… 대규모 조직 정비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300여 간부가 모여 대규모 전략회의를 열었다. 한 사람이 일어나서 말문을 열었다.
“창업주가 만든 것이라도 케케묵은 것은 과감히 바꾸거나 없애야 한다. 인텔의 상징처럼 굳어진 펜티엄도 ‘낡아빠졌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텔의 로고도 이미 유물이 됐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가 절실하다.”
참석자 모두는 심한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이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그러나 세달이 지난 지금 그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인텔은 변화의 큰 흐름에 몸을 내던졌다.
인텔의 대변신을 촉발시킨 발언을 한 사람은 한인 에릭 김(51·사진)씨였다. 2004년 말까지 김병국이라는 이름으로 소니, 도시바 제품이 없을 때 사는 2류 제품이었던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자리에 올린 주역이었다. 지금은 인텔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로 세계 최대 반도체 칩 메이커 회사를 변신시키고 있다.
김씨가 내놓은 변화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다. 심벌 마크인 ‘인텔 인사이드’를 ‘립 어헤드(Leap ahead)’라는 슬로건으로 바꾼 게 그 첫째다. 그리고 반도체 칩 제조업체였던 회사를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 업체로 변신시키는 게 둘째다.
인텔은 로고 변경에 맞춰 디지털 홈 플랫폼, 모빌리티 플랫폼 등 크게 5개 플랫폼 사업부로 나눠 5만명 인력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조직 정비도 단행했다. 인텔은 이달초 열린 가전쇼에서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바이브(VIIV)’가 탑재된 컴퓨터와 TV 등을 처음 공개하고, 가전제품과 디지털 홈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인텔의 변신 종착역으로 “사람의 인생과 세상까지 즐겁게 바꿀 수 있는 것”을 꼽았다.
김씨는 2002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5인 글로벌 기업인’ 에 들었을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한인 경영자다. 1999년 뉴욕 벤처캐피털 회사에서 삼성전자로 옮겨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11세때 미국으로 이민 온 김씨는 하비머드 칼리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UCLA에서 공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아 기술과 마케팅을 두루 잘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으로 꼽힌다. 유명 정보기술 업체인 로터스, 던앤드브래드스트릿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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