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에서는 ‘나’라는 말과 ‘우리’라는 말을 같게 쓰는 경우가 많다. 단수와 복수의 개념이 없이 혼용해서 쓰인다. 한국 연속극을 봐도 연기자들이 ‘나’와 ‘우리’라는 말을 구별하지 않고 쓰고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탓일까. “우리 마누라가…” 또는 “우리 아들이…” 등의 말이 내게는 이상하게 들린다. 국문학자는 아니지만 ‘우리’라는 말은 중요한 대명사이고 보면 문맥에 따라 함축된 뜻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가나 지식인들이 생각 없이 ‘우리’라는 말을 남용한다면 오해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통일 …” 하면 어떤 개인의 이념이 마치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같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글사전을 보면 ‘우리’는 ‘나’의 복수 개념만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한글 대사전을 보면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로도 설명하고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논리적 원칙에서 벗어나 ‘우리’라는 말을 친밀한 관계 표현에 쓰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아서 그렇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나는 과거 유교적 사회에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던 버릇이 ‘나’ 대신 ‘우리’라는 말을 쓰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아울러 ‘나’와 ‘우리’의 구분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한다. 반면 지금은 ‘우리’라는 말도 그 뜻이 정확히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한국은 대선을 1년 앞두고 벌써부터 선거철 분위기이다. 덕분에 ‘우리’라는 말이 난무한다. “우리나라…”“우리지역…”“우리 주거환경…” 등 끝없이 많다.
미국의 신문이나 TV를 보면 ‘우리’라는 말을 쓸 때 반드시 설명이 따른다. 혹은 단서가 붙던지 통계숫자를 더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준다.
예를 들어 지난 중간선거에 나온 여러 가지 주민발의안들을 보면 아예 ‘우리’라는 말을 빼고 목적과 방법을 명기하고 주민의 투표를 통해서 그 가부를 물었다.
한국이나 이곳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말하는 ‘우리’는 정확히 말해서 그 개인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이거나 ‘우리 지역’일뿐 그 사회나 지역의 구성원 대다수가 생각하는 ‘우리’와 같다는 근거가 약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의 노무현 정부가 사회정의를 위하여 ‘우리사회’를 평등한 사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자. 그 말은 ‘우리 국민’을 위하여 복지국가를 향한 부의 분배를 하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분배의 기준이 위정자의 주관에 달렸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들도 ‘우리’의 복지혜택을 요구할 때, 그 돈이 그냥 공짜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낸 세금을 ‘우리’의 복지 명목으로 끌어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 ‘라는 말을 쓰거나 들을 때 그 말의 뜻을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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