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사건을 놓고 주로 총기소지와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등 도식적인 원인들에 집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 항상 대형 참사사건 이면에는 가정과 사회의 부정적인 요인들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승희군은 이미 한국말 억양이 굳어지기 시작할 8살때 이민 와서 초등학교 생활 때부터 언어와 문화충격으로 소외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고교 1학년때 한인 교회에 출석한 그를 지도했던 목사님도 “착한 아이로 말이 없는 외톨이었고, 간식을 주어도 구석에서 혼자 먹었으며, 그런 그를 같은 한인 부유층 자녀들이 놀리기까지 해서 애들을 혼내주기도 했었다”고 말한다.
웨스트필드 고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미국학생은 영어교재 읽기시간에 조군이 미국식 발음을 구사가 어려워 읽기를 주저하자 교사가 “그러면 F 학점을 주겠다”고 해 억지로 아시안식 발음으로 읽자 그 순간 교실 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됐으며 학생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조소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때 그는 심한 열등의식을 느꼈을 것이고 반 전체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는 미국학생들은 물론 한인 학생들로부터도 왕따를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학생의 15% 정도가 매일 왕따를 당하고 있어서 16만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학교를 등교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도 매년 4,000여 건의 학생 집단따돌림으로 6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 왕따 행위 풍토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계속될 우려가 있으며 심할 경우 ‘죽고 싶을 정도’의 정서적 고통을 초래한다.
왕따 문제는 1990년대부터 성행 했다. 미국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개인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성장해서 왕따 피해가 덜한 편이다. 한인 학생들은 대가족과 이웃을 통한 집단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성장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에 심한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 그래서 한인 청소년들에게 왕따 피해는 더욱 더 자살의 원인이 될 우려가 있다. 요즘은 온라인 왕따까지 생겨나고 있어 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조군이 모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도 공교롭게 같은 4월달인 1999년 4월20일에 있었다. 당시 사건 후에 비밀 정보기관과 미 교육부에서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포함해서 37개 학교의 총기사건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총을 쏜 학생들의 3분의2가 사람들로부터 왕따, 괴롭힘, 협박, 또는 상처를 당했던 학생들로 확인이 되었다.
평소 주위에서 왕따 피해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해주고 진정 따뜻한 말 한번 해준 어른들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관심을 가져준 학교 친구들이 있었더라면 컬럼바인 고등학교 사건이나 버지니아텍 사건과 같은 총격참상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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