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웨스트 에어 5년 전 신설 가장 활발
담당 매니저 연간 180통 작성 2만여 고객에 우송
진정한 사죄 담으려 컴퓨터 대신 친필로 작성
고객불만 해소·잠재고객 유치·의회규제 차단 ‘효과’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항공사들이 과거에 사용하지 않던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자사 여객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쳤을 경우 우물우물하고 늑장대응을 일삼던 과거의 관행을 떨쳐버리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사죄에 인색하지 않다. 최근 잇단 항공운행 과실과 착오와 관련해 아메리칸 에어, 제트 블루 등 항공사는 소방대원이 불을 끄듯 민첩하게 공식 사과했다. 고객의 반감을 무마하고 잠재적 고객이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의회가 강력한 규제를 만들지 않도록 사전에 고개를 바짝 숙인 것이다. 반성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과실로 인한 ‘후폭풍’을 피해가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들 항공사 가운데서 특히 두드러지는 곳이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바로 그렇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아예 사과 전담반을 신설하고 고위 간부 프레드 테일러 주니어(37)에게 이를 관장토록 했다. 일명 CAO(Chief Apology Officer)이다.
테일러의 공식 직책은 고객 문제대처 선임 매니저이다. 말이 선임 매니저이지 테일러는 하루 12시간 쉴 틈 없이 일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고객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불편을 끼쳤는지 미리 파악한다. 문제가 생겼을 땐 지체 없이 사과 편지를 쓴다. 고객들에게 보내기 위해서다. 그것도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려 쓰는 게 아니라 정성을 담으려고 직접 손으로 쓴다.
테일러의 편지는 이렇다. “일전에 고객님께서 탄 비행기가 피닉스로 회항한 것은 조종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조종사가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겠지만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여행에 차질을 입으신 고객들에게 무료항공 티켓을 제공하겠습니다.” 결국 냄새는 독성이나 테러와는 무관했지만 고객들에 대한 항공사의 조치는 적절했다는 후문이다.
테일러는 매년 약 180통의 사과편지를 쓴다. 한번 비행기 탑승객이 약 110명이니 1년에 총 2만통을 우송하는 셈이다. 그리고 편지에는 테일러의 직통전화 번호가 기재돼 있다. 올해는 이미 2만2,000통의 편지를 우송했다. 지난 2월 19, 20일 이틀간에 걸쳐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빚어진 결항사태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아주 드문 일이지만 항공사가 고객들에게 사과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체에 결함이 발견되거나, 승객이 심하게 아파 비상착륙하거나, 일반 착륙 시 조종사 실수 등으로 불안정한 착지를 했을 경우 등 부지기수이다.
아메리칸 에어도 올 들어 발송한 고객 사과 편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제트블루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36시간 내 고객들에게 이메일로 사과를 한다. US에어, 콘티넨탈 에어 등도 사과편지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테일러는 고객 편지뿐 아니라 항공사 내부용 보고서도 매일 작성한다. 서비스 문제에 대해 직원들도 열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하루 2번 회의를 주재한다. 482대의 보잉737기가 하루 3,200회선을 운항한다. 별의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비, 승무원 등 사내 각 팀의 관리자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모두 베테런으로 테일러의 강의에 주의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야 하는 테일러는 사우스웨스트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얼마 전 필라델피아에서 내슈빌로 향하려던 사우스웨스트 여객기가 이륙하지 못하고 있었다. 관제탑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여객기는 이륙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부조종석 앞의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손을 보도록 했다. 그런데 와이퍼를 손보는 동안 배터리가 소모되고 있었다.
그래서 배터리가 약해졌다. 이 상태로는 이륙할 수 없었다. 결국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이륙이 더 지연됐다. 승객들은 모두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본적인 이륙지연은 사우스웨스트의 과실이 아니었지만 와이퍼를 손보느라 조금 더 이륙이 지연된 데 대해 테일러는 고객들에게 사후 사과편지를 우송하고 무료항공 티켓을 동봉했다.
5년 된 사우스웨스트의 사과 프로그램은 컬린 배럿(62)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과거 법률회사 비서로 일하면서 고객 서비스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녀는 ‘고객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모토로 삼고 있다. 이 경영철학이 사우스웨스트의 사과 프로그램에 반영된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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