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볼 나이가 되가는 건지 근래에는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증세가 조금 심해진다 싶더니 이제는 젊은 사람들만 보면 넋을 놓고 상대가 민망해 할 정도로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다. 아름답고 눈부신 생명체, 보기에 참 좋구나....노인네처럼 우물거리며 바라보고 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멋진 고등학생 한 명을 보게 되었다. 이제 가을이면 11학년이 된다는데 얼굴 인상은 초등학생처럼 앳된 얼굴이었다. 순수하게 생긴 얼굴에 반해서 예의 그 버릇이 발동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는데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아이가 놀랍게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었다.
부모에게 은근히 비결을 물었다. 집에서 한국말을 쓰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 것 등을 얘기하셨다. 그 점은 여느 집과 같은 점이라 특이할 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한국말을 잘 하는 아이들을 관찰해 보면 공통점이 있다. 집에서 한국말만 쓴다는 것인데 집에 할머니가 있는 집 아이들은 한국말을 더 감칠맛 나게 잘 한다. 가위를 가새라고 말하고 화장실을 똥두간이라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한 학생은 나에게 “선생님, 딸네미가 아주 예뻐요.”라고 아줌마처럼 말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그 앳된 얼굴의 남학생의 경우, 특별한 점은 부모가 어릴 적부터 성경을 우리말로 쓰게 했다는 것이었다. 성경 속의 어려운 단어들을 공부할 기회도 되었겠지만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겠구나 싶었다. 사춘기에 제임스딘 같은 얼굴 표정이 아닌 앳되고 순수한 얼굴을 지니게 된 비결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는 마치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온 아이처럼 한자까지 잘 아는 학생이 있었다. 글쓰기도 한국에 있는 학생들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썼다. 처음에는 당연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학생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을 알고 내심 놀랐다. 그 학생의 비결은 ‘독서와 독서노트’.
한국말을 잘 하는 학생들은 부모와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한국말로 깊게 대화를 할 수 없는 부모자식간은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섬들처럼 보인다. 한국어를 SAT II 한국어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자식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 더 넓은 세상에서 신나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억지로라도 시킬 일이다.
여름 방학 동안 책이나 실컷 봐야지...봐야겠다...봐야하는데...그러다 달력을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나가버렸다. 슬슬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이 녀석들은 한국학교 생각은커녕 국어책 멀찌감치 던져놓고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겠지. 억지로라도 책도 좀 보고 신문도 읽고 일기도 쓰고 그리하여 멋진 빛나는 생명체들이 되어 다음 학기에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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