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안창섭 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장, 민경호 UC버클리 종신명예교수, 이대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구평회 캘리포니아태권도협회장, 김병용 태권도진흥재단 교류홍보팀장.
8월 중순 UC버클리서 공동주최 국제심포지움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커리큘럼 모델개발 모색
태권도학 교수 및 일선사범 200명 참석 예정
태권도의 성장은 눈부셨다. 세계각지로 파견된 사범들의 헌신적 노력과 한국정부의 든든한 뒷받침 등으로 태권도는 반세기만에 근 200개국 약 7,000만명이 수련하는 큰숲이 됐다. 올림픽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팬암게임 등 세계스포츠 무대에서도 시범종목 내지 정식종목으로 착착 손발을 올렸다. 대한민국 대표특산품 겸 태극마크 세계문화유산이란 말에 별 손색이 없다.
그러나 태권외교와 태권비즈니스의 성공이 빛날수록 그림자도 짙어졌다. 태권(跆拳)과 도(道)의 간격이 서서히 멀어졌다. 태권도 세계화의 거목이자 미 대학태권도의 아버지 민경호 박사(UC버클리 종신 명예교수)가 기회있을 때마다 지적해온 대로다. 미 대학최강 국제무도연구소(UCMAP) 산파역이기도 한 민 박사는 수삼년 전부터 도(道)는 떠나고 태권(跆拳)만 남는 아찔한 미래를 우려하며 태권도의 근본 재확립을 강조했다. 때로는 “참된 농군은 굶어죽어도 종자를 남겨놓고 죽는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호소했고, 때로는 “자꾸 메달메달 하니까 어디 거라지에서 샌드백이나 차던 녀석들이 (상급)메달 하나 따면 띠도 몰라본다”거나 “태권술(術)이 아니라 태권도(道)인 이유를 잘 알아야 한다, 도는 전인적인 인격함양이다, 그거 빠지면 태권도가 아니다, 싸움기술에 불과하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질타했다.
이대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이 화답했다. 정계(11, 12대 국회의원) 관계(체신부장관 등) 학계(한국대학총장협회 이사장 등)에서 두루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1999년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직에 오른 것을 비롯해 태권도계에서도 큰 궤적을 그려온 이 이사장은 70대 중반 나이에도 불구하고 태권도 원형질 되찾기를 위해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전북 무주에 조성되는 세계태권도공원 프로젝트도 그가 지휘하는 태권도진흥재단의 핵심사업이다. 그중 노른자위는 세계태권도아카데미 설립이다. 공원조성이 태권도 종주국의 면모를 되살리는 외관작업이라면 태권도아카데미는 인테리어작업이다. 태권도 자체로 보면 새로운 출발이, ‘태권도인 이대순’에게는 황혼의 스완송(swan song)이 될 대공사다.
이 이사장과 민 박사가 다시 머리를 맞댔다. 최근 시카고서 열린 고단자협회에 참석한 뒤 북가주로 날아온 이 이사장은 5일 저녁 오클랜드서 민 박사와 함께 세계태권도아카데미 커리큘럼 모델개발을 주제로 오는 8월14일과 15일 UC버클리에서 열리는 국제학술심포지엄 진행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안창섭 UC버클리 국제무도연구소장, 구평회 캘리포니아태권도협회장, 김병용 태권도진흥재단 홍보교류팀장이 함께한 이 자리에서는 또 일선지도 경험과 중국 등 동양무도 경쟁국들의 사례를 곁들여 태권도가 양적팽창에 걸맞은 질적유지의 필요성이 거듭 확인됐다. 이는 곧 태권도의 이론과 실제, 참다운 태권도인 양성을 위한 세계태권도아카데미 설립이 중요하며 따라서 오는 태권도진흥재단과 UC버클리가 공동주최하고 UC버클리가 주관하는 제2차 국제심포지엄의 의미가 크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세계각지 태권도학 교수와 지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권도사관학교’격인 세계태권도아카데미의 혼과 골육을 그려내게 될 이 심포지엄에서는 조지 킬리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스포츠를 통한 교육적 가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 이사장은 “(심포지엄은) 태권도의 이론적 철학적 정립을 위한 새로운 시도”라며 “재단과 버클리대(UCMAP)가 앞으로도 서로 협력해서 연구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3박4일간의 북가주 체류를 마치고 7일 귀국한다. 일선 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수련생들도 관심을 갖는 세계태권도공원과 세계태권도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오는 8월 심포지엄을 전후해 집중소개할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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