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아냐, 임마”
“백조가 물위에선 아주 폼나고 우아하게 떠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아? 졸~라게 헤엄치고 있어. 산다는게 그런거다. 장난아냐, 임마”라고 조폭영화 ‘넘버3’에서 태주(한석규)는 현지(이미연)에게 말했다. 폭력조직이든 회사든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보하려면 백조처럼 발버둥을 쳐야한다. 특히,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더욱 그렇다. 평소에 낙방이라고는 경험해본 적이 없는 명문대 졸업생들이 수십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러브콜이 없어 학교에 찾아와 울먹이는 사태가 벌어지자 대학은 그들을 위로하는 카운셀러를 동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력, 전공, 직종을 가리지 않고 깊은 늪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경제불황을 뿌리치는 방법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으라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평생학습이다.
사회경제 이론가 리차드 플로리다는 얼마전 강연을 통해 미국의 농업과 제조업의 비중은 1920년 이후 급감했고, 서비스 산업 또한 1980년대 이후 사향길에 접어들어, 뜨고있는 것은 오직 창조적 산업, 즉, 예술, 발명, 디자인, 이야기 (storytelling)같은 오른쪽 두뇌를 사용하는 분야라고 역설하고,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생학습이 절대적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21세기를 주도하는 것은 지식, 아이디어, 감성이라고 보고, 그것들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창출되고 다듬어지기 때문에 평생학습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했다. 이론에 치우치는 플로리다와 토플러보다 좀더 직설적으로 실속있는 제안을 한 사람은 한국에서 뇌과학자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널리 알려진 이시형이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책 제목부터가 말해주듯 그에게 평생학습은 창의력과 부의 원천을 넘어서 생존의 여부를 가름하는 도구다.
그렇지만, 두가지 핑계가 평생학습의 길을 가로 막고있다. 첫째는 나이다. 공부는 학교에서 애들이나 하는 것이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한계선을 긋는다. 나이핑계는 “기억력이 떨어져서”라는 또다른 핑계를 낳는다. 이시형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은 감퇴될지 모르지만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력은 예리하게 되어 전반적 지능은 오히려 향상된다. 특히, 정보를 수집, 관리, 판단하는 통괄성 지능은 40세 이후 집중적인 진짜공부를 하면 두드러지게 올라간다. 진짜 공부는 시험준비를 위해 학교에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절실한 필요에 따라 하는 공부다. 당면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줄 아는 능력, 즉 문제 해결법을 연구하고 극복하는 것이 진짜 공부다.
둘째 핑계는 시간이다. 새로운 지식이 매6개월 마다 2배가 되는 무서운 속도로 증폭하고 있지만, 한가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다. 과연 시간이 없어서 평생학습이 불가능 할까. 교통체증에 걸려 자동차 안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고, 골프로 반나절을 보내고 밤새워 연속극 보는 시간을 줄이면 얼마든지 자신의 계발을 위한 CD, 서적과 친해질 수 있다. 또한, 도처에 널려있는 주요 대학의 extension 프로그램, OCW(opencourseware), 혹은 유엔의 University of People은 저렴한 비용이나 무료로 최근지식과 접하게 한다.
사실, 경제불황의 불확실한 시대에 살아남는 보장된 방법은 없다. 다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부터 공부 끝이 아니라 “장난아냐, 임마”가 시작된다는 것을 가슴으로 파악한 사람에게만 색다른 기회가 주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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