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향민 증언 담은 ‘Lost Families’ 발간 한인 고교생들
“남북 이산가족 이슈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입니다. 앞으로 이 책을 통해 적극 로비하면서 이들의 문제가 인도적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해갈 것입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실향민들의 증언을 담아 영문판 책 ‘Lost Families’(잃어버린 가족)를 발간(본보 19일자 보도)한 9명의 청소년들이 23일 애난데일 ‘코리아 모니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뭔가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학생들의 모임에서 누군가가 남북 이산가족의 쓰라린 역사를 소개했고 연로하신 이분들을 위해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 뛰어들었던 때가 작년 4월. 바쁜 학교생활 가운데 틈을 내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수십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증언은 글로 정리됐고 마침내 지난 달 ‘VODKF (Voices of Divided Korean Familes)의 이름으로 한 권의 책으로 발표됐다.
기자회견에서 학생들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어가 서툰 미국 땅에서 고통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이분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실향민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며 학생들은 새롭게 배운 너무 많은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년만 못 봐도 힘든데 60년 이상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은 학생들에게 상상이 어려웠다. 혹시나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나 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해가갈 까봐 인터뷰를 꺼리는 분도 있었다. 그 모진 세월을 지내오고도 아직도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었다.
학생들은 “한국 내 실향민들은 한국 정부가 돌봐준다지만 미주 한인 실향민들은 정치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차세대에게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이 작업은 지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비극의 씨앗을 뿌린 한국전에 대해서도 제법 어른스런 분석을 했다. 최민경 양은 “한국전은 우리 스스로 일으킨 것이 아닌데 이산가족들이 억울한 희생을 당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손성민 양은 “미국 사회 교사조차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무지한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사업에 후배들도 계속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와 제임스 매디슨고에 재학 중인 9명의 학생들이 모이고 있는 ‘VODKF’는 앞으로 이 책을 이용해 미국 언론은 물론 의회 등에 적극 로비해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여론화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수립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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