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단일기 / 김채영(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사)
여름 방학 시작할 때는 잡무와 여러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들로부터 탈피한 기분으로 만세를 부르면서 놀고 먹는 멋진 바캉스를 꿈꿨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재미 한국학교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학술대회와 한국 재외동포 교욱진흥재단이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다녀온 것이 제일 보람있고 기억에 남는 일이 되었다.
`거울이 먼저 웃지 않는다.’ `교육은 교사에 의해 구현되며 완성된다.’ `배워서 남 주자!’ 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학술대회를 통해 영화, 미술, 사진, 전통 가락과 무용, 종이접기 등 흥미있는 시청각 자료물들을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도록 이끄는 교수 방법들을 배웠다. 또 한국어의 정확한 발음과 어문 규정, 문법도 다시 익히고 학급 부적응 학생들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찾아 지도하는 방안도 지도 받았다. 한국 현대 대중 문화의 이해부터 우리 문화 배우기 프로그램으로 장구, 민요, 전래 놀이도 배웠다. 교사인 나부터 전통음악이 대중음악이나 클래식보다 멀게 느껴졌는데 직접 배워보니 우리 정서에 맞게 나름 즐겁고 정겹게 느껴졌다. 특히 우리 장단에 맞춘 노래에 여러 재미있는 놀이를 곁들이니 어른인 나도 여간 흥겨운 것이 아니었다. 꼭 돌아가 교사들에게 알려줘서 많은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현대 음악과 전통 음악의 조화를 이룬 퓨전 형식의 음악 공연도 즐기고 초등학교 풍물반의 `웃다리 사물 놀이’ 공연을 보면서 어깨가 들썩하게 장단을 맞추게 되고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 하였다.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감동으로 하나가 되어서 정말 우리 가락이 신명나고 좋구나 하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 글로 옮기니 그 때의 감동이 살 질 않는다. 다만 좋았다라는 말 밖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한국어 교사 분들과 학교 얘기 나눈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로 어려운 처지도 이해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는 정보도 교환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러시아인 한국어 교사도 있었고 조선족 교사와 재일동포 교사들은 동료끼리 한국말 보다는 중국말, 일본말로 얘기를 나누었다. 일본에서 온 중년의 어느 선생님과 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한국말을 잘 못하셨다. 그 선생님 조차 한국어를 배워야 할 것 같았는데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어릴 때 부모님이 한국어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단다. 나중에 어른이 되서야 본인이 배워야겠다고 느껴서 스스로 배웠다고 했고 자기 같은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어 가르치는 일에 열심이고 싶다고 했다.
일본 억양으로 어눌하게 말하는 재일동포 선생님들이나 한국 선생님들에게 자기는 중국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조선족 선생님들의 짧은 한국말을 들으며 미국에 살고 있는 나도 가슴이 답답해왔다. 내 손자의 손자 세대에 가면 과연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제대로 전수되어 갈 수 있을지……혀 굴리는 소리로 더듬더듬 말할 지, 혹은 알아 듣지도 못하며 미국인이라 주장할지......
단일 민족을 자랑하던 한국도 베트남, 필리핀등 다른 여러 나라와 결혼 한 다문화 가정 때문에 학습 부진아와 여러 사회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마음 한 편은 무겁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 말 우리 글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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