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자녀 박재범군이 한국에서 연예활동을 하다가 미국으로 쫓겨 왔는데 그 이유가 박군이 4년 전 18세 때에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의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한국 청소년들이 그토록 분노하는 것을 보면 박군이 한 말에는 한국을 업신여기는 민족 멸시주의가 담겨 있었던 듯하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박군이 왜 민족 멸시주의에 물들어 있었을까?
민족멸시주의는 사대주의와 같은 내용인데 표현만 다를 뿐이다. 지금 재미 교포사회에는 박재범군을 위해 변명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리지만 나는 박군을 위한 변명보다는 차제에 우리 교포사회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은부모의 거울이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 교포자녀가 고국에 가서 배척당했다면 우리 자식을 배척한 고국의 청소년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녀를 올바르게 가르쳤는지 반성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신문보도에 의하면, 2003년 샌프란시스코 동포들은 미국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1905년 대한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미국인 스티븐슨을 쏘아 죽인 전명운, 장인환 두 의사의 흉상 제막식을 거행했는데 그 행사에 교포 1.5세와 2세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교포 1.5세와 2세들은 전명운, 장인환 두 의사를 의사로 보지 않고 (살인)전과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소름끼치는 기사가 나갔지만 우리 교포사회는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동포사회에는 말 잘하는 언론인도 많고 글 잘 쓰는 문인도 만지만 이 기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평이 없었다. 오히려 어느 동포는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스티븐슨 발언의 근거가 되는 가쓰라 태프트 밀약(1905년, 조선은 일본이, 필리핀은 미국이 차지하기로 한 협잡)을 합리화 시키는 글을 써서 교포신문에 실은 적은 있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한국은 당시 망해가는 나라인데 이런 망해가는 나라를 위하여 미국이 왜 조미수호통상조약(1892)에 구애받아 필리핀 지배라는 국익을 포기했겠느냐 라는 것이다.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합리화 시킨다는 것은 바로 전명운, 장인환 두 의사를 시정잡배와 같은 흉측한 살인범으로 간주하자는 뜻이다. 이것은 사대주의, 민족멸시주의의 극치다.
전명운, 장인환 두 의사를 (살인)전과자로 보는 우리의 1.5세, 2세들이 한국에 가면 한국 청소년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까?
8월14일자 신문에는 어느 교포변호사가 쓴 “재산권”이란 제목의 글이 실려 있는데 그는 “한일 합방이 이루어진 이년 후 1912년에 일본정부는 조선민사령을 제정 공포하여...조선 사람은 역사상 최초로 재산권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반상의 계급이 무너졌다...성을 갖지 못했던 백정에게 성과 이름이 주어지고 어엿한 국민으로 호적에 입적되었다(이하생략)” 라고 하면서 일본이 공포한 민사령을 미화 찬양하였다.
그가 이렇게 일본이 공포한 민사령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것은 우리민족은 열등하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거치지 않고서는 스스로 근대적인 민족국가를 건설할 수 없었다는 민족멸시주의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교포사회에 이렇게 사대주의와 민족멸시주의가 창궐하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박재범군이 자신도 모르게 민족멸시주의에 물들게 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민족멸시적인 그의 발언이 고국의 청소년들을 분노하게 하여 쫓겨난 것은 필연일 것이다.
jkhwang1@yahoo.com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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