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 사업가 문정민(58·에이커시티개발 대표) 회장이 이끄는 미국계 컨소시엄이 23일(한국시간) 한국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본보 11월 24일자 1면) 됐다.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국내외 투자자 3곳을 평가한 결과,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투자한 ‘자베즈 파트너스’(JABEZ Partners)와 미국 건설사가 참여한 ‘TR아메리카’(TRAC) 등 2곳의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TRAC는 문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미국의 ‘티쉬맨건설’(Tishman Construction)
을 끌어들이고 ‘아메리카뱅크노트’(ABN), ‘시티은행’(Citibank) 등 미국금융권과 ‘카타르투자청’(QIA)의 지분참여를 이끌어내 만들은 컨소시엄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문 회장은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발표 직후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TRAC는 이번 대우건설 매각입찰 참여자 중 유일하게 전략적 투자자(SI) 중심의 참여자이며 건설업 전반을 이해하는 준비된 컨소시엄으로 대우건설을 글로벌 건설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그룹”이라고 강조했다.문 회장은 또 “일각에서는 미국계 컨소시엄이 대우건설을 ‘테이크오버’(takeover) 하려 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으나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며 TRAC는 대우건설에 투자해 미국의 자본과 마케팅 능력, 대우건설의 기술력이 합쳐져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시키는 비젼을 갖고 이번 매각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우건설은 실질적으로 아끼고 잘 성장시킬 수 있는
곳에서 하루 빨리 인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양해각서(MOU) 체결은 생략하고 바로 본계약을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이어 “뉴욕 한인 사업가로서 한국의 대표적 건설회사인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연내에 뉴욕에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실제로 TRAC에 참여한 전략적 투자자인 티쉬맨건설은 1898년 줄리어스 티쉬맨이 뉴욕에 설립한 회사로 맨하탄 원월드트레이드타워, 뱅크오브아메리카타워 등을 시공했으며 현재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 재건축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고 있는 세계 5위의 건설업체이다.또 문 회장에 따르면 TRAC는 티쉬맨건설을 비롯한 컨소시엄 참여자의 각 지분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해 특정 세력이 대우건설의 경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전반적인 경영은 티쉬맨이 맡지만 한국에서의 실질적인 경영은 전적으로 대우건설에 맡기겠다는 계획이어서 매각에 따른 변화에 불안해하고 있는 대우건설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TRAC와 맞서 대우건설 인수 경쟁을 하게 된 자베즈 파트너스는 지난 5월 한국에서 설립된 사모투자펀드(PEF)로 한국내 자본에 더해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를 재무적 투자자(FI)로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투자전력이 전혀 없는 신생업체이며 컨소시엄에 대우건설을 운영할 능력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TRAC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금호아시아나그룹은 TRAC와 자베즈 파트너스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두 우선협상대상자는 모두 중동과 북미시장에서 대우건설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두 곳 모두가 그간 예비살사기간에 입찰가격, 자금조달 및 향후 경영계획 면에서 인수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TR아메리카를 선정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 “대우건설을 아시아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 세계적인 건설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자베즈 파트너스에 대해서는 “인수 후 해외시장, 특히 중동시장을 중심으로 회사 가치를 증대시킨다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에 따라 매각 주간사를 통해 이들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와 거래에 대한 세부 조건과 향후 진행 일정 등을 협의할 예정이며 연말까지는 이들 중 1곳과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2006년말 제2의 도약을 위해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작년 하반기 금융위기로 촉발된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대우건설을 되파는 처지에 놓였다.한편 문 회장은 지난 2004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대우건설을 매각했을 때도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뉴욕한인 사업가 문정민 에이커시티개발 회장이 주도해 구성한 미국계 컨소시엄이 한국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대우건설 건물.<사진: 뉴시스>
2000년 ‘서울플라자(현 코리아 빌리지)’ 신축
노던 한인상권 형성 주역
문정민 회장은?
한국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문정민 에이커시티개발 회장(사진)은 뉴욕 한인
사회에 ‘서울 플라자’ 건물과 ‘영빈관’ 식당 대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문 회장은 1997년 7월 영국의 홍콩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자금이 뉴욕에 거액 투입되기 시작하며 플러싱 메인 스트릿 일대에서 영업하는 한인 업소들이 중국계 건물주들과 하나 둘씩 개업하는 중국 업소들에게 밀려나기 시작한 1995년 노던 블러바드 150가에 자리한 미국인 연회장을 인수했다.
그는 당시 노던 블러바드 선상을 따라 동쪽(롱아일랜드) 방향으로 이동해 나가는 한인 업소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을 예견, 한인 업소들을 중심으로 ‘노던대로 한인상가’를 형성하겠다는 취지로 미국인 연회장 인수 동기를 밝혔다.
그 후 실제로 뉴욕주와 시정부의 승인을 얻어 미국인 연회장을 허물고 약 1,000만 달러를 들여 지난 2000년 12월 2층에 ‘영빈관·크리스탈 볼룸’ 식당, 1층과 지하에 소매업소와 사무실들이 들어선 플러싱 최초의 단독 한인 종합 상용건물인 ‘서울 플라자’를 신축, 개업했다.‘서울 플라자’ 건물은 2005년 8월 한인 부동산 투자가 다니엘 이(47·한국명 이형영)씨를 비롯한 한인 투자자들이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2,010만 달러에 인수, ‘코리아 빌리지’로 둔갑했으며 현재 유니온 한인상가와 노던 블러바드를 타고 멀리 롱아일랜드까지 뻗쳐나간 한인 상권을 연결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알폰스 다마토 전 뉴욕출신 미연방상원의원, 조지 파타키 전 뉴욕주지사 등의 선거본부 아시안 후원담당과 한국뉴욕주경제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문 회장은 한국이 IMF를 맞이했을 당시 27개 미국기업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 그들 기업의 11억4,000만 달러 한국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2004년에는 다마토 전 상원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투자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해 사절단이 3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토록 하는
실적도 올렸다.특히 2004년 한국 방문 때는 이라크에서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피랍, 살해된 한국인 김선일씨의 부친 김종규(74)씨에게 자신과 미국인 투자 사절단으로부터 모금한 조의금 2만 달러를 전달한 사실이 한국 언론에 보도돼 그의 활동이 한국에서 알려지기도 했다.
문 회장은 현재 대우건설 인수 이외에도 뉴욕시 정부가 뉴욕시경제개발공사를 통해 계획하고 있는 각종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에이커시티개발을 중심으로 구성한 컨소시엄들을 앞세워 참여하고 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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