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어떤 아이가 깔깔대고 웃었다. 눈물이 가득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의 팔을 꼬집으며 웃는 아이를 절제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이를 조용히 시키며 왜 웃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자기 앞에 서 있었던 아저씨의 바지 엉덩이 부분이 구멍이 났다고 했다. 별로 웃을 일도 아닌데도 아이에게는 그것이 웃음거리였다.
삶은 울어야 할 때에도 어딘가에 분명히 웃을 일도 함께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는 것을 보는 사람은 울고, 웃는 것을 보는 사람은 웃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은 만나면“세월이 참 빠르게 갑니다.”고 시작해서 성탄을 축하하고, 새해에 복을 빈다고 인사를 한다. 그러다가 서로 이구동성으로 올 해도 힘든 한해였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올 해가 참 재미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힘들다, 불경기였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나도 오래 산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호경기였다고 말하는 때를 잘 듣지 못했다. 힘든 한 해였다, 살기가 어려웠다, 취직이 힘들다, 물가가 올랐다, 적자의 한 해였다, 취직하기가 힘들었다는 말들만 들었다. 어쩌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겸손한 인사처럼 들릴 정도다. 좋은 데도 좋다고 말하면 너무 자랑하거나 교만하게 보일 까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미덕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오해할 때가 있다. 다들 울고 있는데 혼자 좋다고 웃으면 분위기 망치는 어린 아이의 웃음처럼 보일 때가 우리가 사는 시대이다.
어느 누구가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을 지금 부르면 혼자서 분위기 잡는다고 할 것이다. “나는 나무의 푸른 잎과 빨간 장미꽃들이 나를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해 피어있는 것을 봅니다.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은 오늘을 축복하고 있고 심지어 어두운 밤도 거룩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무나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마치 이 노래가 아파서 병상에 누운 사람 앞에서 철학을 논하고, 아름다움을 말하는 주책스러움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의 한 해 한 해를 계속 힘들었다, 어렵다, 슬프다 하며 끝까지 간다면 우리의 인생의 그림은 결국 힘든 그림이 나올 것이다. 그런 그림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운 그림, 행복한 그림을 그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언제나 설령 힘들어도 아름답고,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고, 웃는 인생의 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을 보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장미, 백합, 카네이션, 튤립, 국화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장미는 장미 나름대로 카네이션, 튤립은 튤립대로 나름대로 어려운 사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힘들다고 하고, 백합은 향기는 좋은데 금방 시들어서 걱정이라고 하고, 카네이션은 슬픈 눈물을 남기고, 튤립은 꽃의 여왕 장미에게 밀려 늘 2인자의 자리를 지켜야 하고, 국화는 장례식에 가야 하는 아픔을 갖고 있다고 꽃들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한다. 듣는 우리는 무슨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할 것이다. 꽃이면 다 행복한 것이지 무슨 불평이 그렇게 많은가 할 것이다. 꽃이 되지 못하고 들에 피어 지는 이름 모를 풀들을 생각해 보면 꽃이 너무 호사스러워 하는 말일 수 있다.
행복은 더하거나 빼거나, 바꾸거나 지키거나, 오래 머물거나 서둘거나에 달려 있지 않다. 그 어느 누구도 최고는 없으며 또한 최저도 없다. 다만 어떤 상황 속에서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인생을 행복하게 하고 즐겁게 한다. 노력은 하되 자랑하지 말고, 수고하되 감사하고, 봉사하되 겸손한 마음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그 아름다운 세상은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 아름다운 세상에 다가갈 뿐이다. 이미 내 앞에서 열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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