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 과일,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하여 현재의 내 모습과 얼마 전의 내 모습을 비교해 보았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먹어야 할 것도 많은데 마음대로 먹지 못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먹으면 먹는 대로 다 살로만 가는지 체중이 늘으니 말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진 내 모습에 웃음만 나올 지경이다. 조금은 좋다는 옷을 입고 고급스럽게 치장을 해본들 예전의 그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조금은 실망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의 이치요 하나님의 섭리라면 순응하는 것 또한 복이 아닐까?
대학 2학년 때의 일이다. 옆에 앉아 강의를 듣던 남학생이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하면서도 태연히 수업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열어 보았다. 그저 별것 아니었다. 그 후로 매일 한 장 또는 두 장을 겹쳐서 줄 때도 있었다.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내용도 많았다.
그것이 이어져 졸업을 하고 매일 한 통씩 집으로 보내져 왔다. 지방 출장을 가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통씩, 어느 날에는 혼자서 웃어도 보고, 어느 날은 화를 내 보기도 한 기억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었다.
결혼을 할 때쯤 되어 정리를 하다 보니 큰 박스로 하나 가득 찼다. 결혼을 하면서 편지 박스도 가지고 가서 잘 모시었다가 이민 올 때에 다른 것은 다 버렸어도 그것만은 버리지 않고 잘 모시고 미국까지 가지고 와서 여러 주를 이사다니면서도 그 편지 박스만은 꼭 가지고 다녔다. 가끔 우울할 때는 아무 것이나 한 통을 꺼내 읽으면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지, 현실의 고달픔이 없어지고 과거가 현실이 되어 생활에 활력을 주기도 했다.
과거에 살기엔 너무 젊은 나이었지만 그래도 지난 세월이 참 그립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이 어찌할 수 없었다. “사람은 자기가 결심하는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링컨의 말을 이 때는 머리에 떠올리지 못했기에 그저 과거에 집착했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말다툼 끝에 이 쓰레기 같은 편지 다 갖다 버리라고 화를 냈더니 남편이 박스를 들고 나가 얼마 후 빈손으로 들어왔다. 정말로 버렸나 하고 쓰레기통에 가보니 빈 통이었다. 아차, 말 한마디 실수로 그렇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구나 하고 후회한들 다시는 볼 수 없는 과거가 돼버렸다.
삶! 생활을 한다는 것은 예술이요, 행복이냐 불행이냐 하는 것은 작품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작품, 어쩐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달려 있지 않은가.
불행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조금만 마음을 바꾸어 볼 수는 없을까? 행복이라는 작품을 버무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활을 좀더 검소하게 하면서 복을 오래 오래 누리고 아끼어가며 살 수는 없을까?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지혜로운 생활을 하신 분들이었다. 이렇게 사는 것을 ‘석복’이라고 하며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재물이나 재주를 귀히 여기며 감사하며 생활을 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조건에 감사하고 사랑의 편지를 매일 마음 속에 써가며 행복을 그리며 살아가노라면 늙어도 젊겠고 지쳐도 힘이 나지 않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제 발로 서라”고 철인 칸트는 말했다. 몇 장의 편지가 과거를 현재로 이끌고 오듯이 오늘을 웃음으로 살아보자. 우리 인생은 하나님의 영원하심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이 조그마한 예술 위에 철학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의 작품을 만들며 살아야겠다. 마음 속에 매일매일 사랑의 편지를 써보자. 매일 감사의 글을 읽어보자. 매 순간 즐거움의 작품을 만들어가며 살아보자.
정영희
중앙결혼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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