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조작사건인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거짓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온갖 고문 끝에 기소되었고, 결국은 억울하게 사형당한 김정인씨가 기소된 지 3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판명된 기사를 얼마 전에 읽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본인은 물론, 그 오랜 세월 간첩 가족의 오명을 쓰고 피를 말리는 고통을 견디어 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길에는 어느 누구도 억울함에서 면제된 사람은 없는 듯 각종 억울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종류는 인간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하여, 출생 때부터 운명처럼 주어지는 억울한 조건이나 신분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사고나, 천연재해로 당하는 억울함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당하는 부당한 억울함일 것이다. 몇 년 전에 의지할 곳 없는 조선족 노약자와 고아, 탈북자들이 모여 사는 중국의 시골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중년노인은 자기의 전 재산을 사기해 먹고 도망간 사람을 찾아내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듯, 우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의 눈빛은 살기로 번득였다. 또한 지금은 교회개척과 선교사역에 온 인생을 투자하고 있는 ‘소금 장로’로 알려진 사업가 김수웅 장로는 그가 지극히 가난한 시절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마련한 사업자금을 몽땅 사기당하고, 그 사람을 찾아내 죽이려고 일 년을 가슴에 칼을 품고 다녔다 했다. 결국 억제할 수 없는 분노로 정신이상을 일으키고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던 중 그 의사의 전도로 예수를 만나 인생이 역전된 분이다. 사람을 죽이려던 사람이 이제는 하나님의 은혜로 영혼을 살리는 일에 쓰임 받고 있다.
요 근래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억울함과 무관하지 않다. 조국을 지키다 인생의 꽃을 피기도 전에 46명의 장병이 못된 적들에 의해 산화한 것도 참기 어려운 억울한 일일진대, 이 사건이 사고에 의한 것이라든지, 이북이 연루된 증거가 부족하다든지, 심지어는 남한 정부와 미국이 음모를 꾸미고 이북에 뒤집어씌운다고 주장하는 대한민국 국민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적에게 잃고 고통하는 그 가족들이 이러한 주장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그 가슴이 억울함으로 짓눌릴지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민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값싼 죽음으로 비하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생에 가장 억울한 일은, 본인의 믿음 때문에 타인에 의해 목숨을 빼앗기기도 하고, 온갖 고초를 당해야만 하는 육체와 영혼의 눌림일 것이다. 한 명 지도자 잘못 만난 탓에 뼈아픈 굶주림과 속박의 어두운 굴레에서 오늘도 신음하는 이북의 불쌍한 동포들, 지금도 이북의 정치 수용소에는 오직 믿음 때문에 수많은 성도가 차마 인간 이하의 모습으로 목숨을 이어간다 한다.
정치 수용소에서 7년을 복역하고 극적으로 풀려난 이순옥 여사는 그의 저서 ‘꼬리 없는 짐승들의 눈빛’에서 증언한다. 개천 교화소(감옥)에는 작업복도 입지 못한 채 마른 나뭇가지처럼 깡마른 체구에 영양실조 때문에 생긴 온갖 피부병으로 짐승 가죽같이 변한 살갗의 모습으로 뜨거운 용광로에서 일하는 소위 정치범들이 수두룩하다. 오직 예수를 믿는 믿음 때문에 이 고통을 견디는 이들은, 그러나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오히려 편한 표정으로 당당히 이 시련을 이겨 나간다고 증언한다.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이들의 억울함을 반드시 신원하여 주실 것을 확실히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선전하는 잔악한 공산당 정부, 그 공산당에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철저하게 봉쇄하는 그들 때문에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도 굶주림과 고통 가운데 살아가고, 죽어서도 천국에 가지 못하는 불신자 이북 동포들의 억울함은 과연 누가 신원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특히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다는 예수의 제자들은, 이북 동포들의 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쉬지 않고 하나님께 호소해야 되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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