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온 나를 엄마가 손으로 엄마 옆에 와 앉으라는 신호를 준다. “이게 미국이란 나라인데 이 나라는 사람의 인권을 존중해주고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겨준단다. 예수도 마음대로 믿을 수 있대요. 세상에 이런 나라는 복 받겟제.”
미국이란 나라는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이나 지리시간에 그림으로만 봐온 나라였다.
인권이나 자유란 단어는 내 귀에 생소한 울림으로 그런 삶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일본 정치 하에서 태어났고 교육받으면서 자랐는데도 일본에 대한 연민은 없었다.
2차 대전 당시 군국주의 일본정부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예수를 믿으면 미워해서 (신사참배문제로) 몰아 부치다가 나중에는 미국 스파이로 낙인을 찍고 요주의 인물로 지목했기 때문에 교회 나오고 싶어도 일본 경찰이 무서워 못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일본 형사 두 사람이 뒤 의자에 앉아 예배시작 하기 전 반드시 온 교우들을 기립(돗자리 깐 마룻바닥에 앉아 예배드렸음) 하게 하고 천황이 있는 동쪽을 향해 허리를 깊이 굽힌 큰절을 하고야 예배를 시작하게 했으며, 자기네들 마음에 들지 않는 가사가 들어있는 찬송가는 빨간 펜으로 쫙 좍 그어 못 부르게 하고 우리 예배를 감독했다.
6.25 사변 당시 맥아더 장군이 인천에서 군복 입은 맨몸으로 허리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에 뛰어내려 부산까지 밀고 간 인민군의 허리를 짤라 두 동강 내어 많은 유엔 군인들의 희생을 치른 후 서울에 입성하므로, 다 죽어 질식 상태에 있던 우리 한 민족 전체를 살려냈다.
생각하면 그 당시 맥아더 장군도 죽음을 각오했을지 모를 일이다.
역사에 드문 그 큰 희생의 대가로 오늘 우리가 이웃 간에 좋은 소식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생을 누리고 있다. 자유 없는 삶은 마치 가을 들판에 참새들 내쫓기 위해 세워진 허수아비와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기어코 쟁취해야 할 귀한 것이 생명과 맞물린 자유다.
자유 없는 삶은 죽은 것이다.
작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하나 가슴에 안고 집 뒤 썩은 가마떼기 밑으로 지붕위로 이리저리 돌며 숨어있든 남편. 아침 저녁으로 찾아오는 인민군과 동네 인민위원회 수색에 지치고, 시시각각 소스라치는 실 날 같은 생명의 위협을 받은 남편이(통신사 기자라는 죄목) 썩은 가마떼기 밑에서의 삶은 죽음보다 비참했다. 어릴 때 엄마의 말을 들은 후, 자유가 있는 나라 미국을 사모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지금 소망하든 미국에 와 살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주유소에서 차에 휘발유를 채워 넣고 발동을 거니 엔진이 안 돌아간다. 이리 저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고 해는 저물어 가는데 내 마음은 급해 둘러보니 건너편에서 타이어에 바람 넣고 있는 미국 청년을 보고 뛰어가 도와 달라고 부탁하니, 자기는 지금 일이 있어 급하게 가야하는 데 갔다가 10분 후에 돌아오겠으니 기다리라고 하며 떠나갔다. 지금 돕지 않고 가버리는 사람이 생명 부지인 나를 도우려 10분 후에 다시 돌아올까? 10분에서 1분이 지났을까, 차 하나가 천천히 내차 옆으로 가까이 다가선다.
아까 보든 그 차인지 아닌지 모르나 사람은 그 사람 같은 데 늦어서 미안하다(내가 할 말인데) 사과하면서 내리자말자 부지런히 내 차로 자기 차로 왔다 갔다 줄로 연결했다가 풀었다가, 내가 뭐를 도울까 물으니 필요 없다며 바쁘게 움직이더니 어떻게 했는지 부르릉 하고 엔진 돌아가는 소리에 내가 혼절하며 살아나 버렸다.
전해오는 우리 성현들의 말이, 착한 일을 한 그 손의 열매가 그에게로 돌아간다고 했다.
삶을 통해 베푸는 (미국 사랑)이 하도 고마워 천 배나 만 배로 당대와 그 후손들에게 갚아주시기를 정성 모아 새벽마다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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