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석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 사무총장, MD
한인사회에서 한국 정치에 관심을 갖자고 말하면 흔히 “더러운 정치에 왜 끼어듭니까?”라고 말하곤 한다.
‘더러운 정치에 끼어든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정치에 출마하여 경쟁자들을 서로 헐뜯는 경합을 벌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는 국민 혹은 민족 구성원 개개인의 권익과 의무를 조화롭게 맞춰 나가는 정책을 토론하고 결정하는 수단이다. 이미 조국을 떠나 국적까지 바꾼 우리가 한국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익을 위해 들러리를 서기 위함이 아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고 그들이 걷는 길에 꽃잎을 깔아 주는 들러리를 자청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에 출마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생활에 직결되는 정책에 우리의 의견을 정확히 제시하자는 의미다. 우리 스스로의 의견을 떳떳하게 주장하는 행위가 “더러운” 행위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인권문제연구소(인권연)가 1983년 설립되어 1998년 해체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권연을 정치단체라고 낮춰 보았다. 인권연 멤버들 역시 그 같은 주장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것이 사실이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설명해도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인권연은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교민청 신설과 이중국적 허용을 주장해 왔다.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재외동포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김대중이라는 특정 지도자를 지지한 것이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 인권연이 초안을 잡은 ‘재외동포 특례법’이 통과되어 거소증을 발급받게 되었고 부동산 취득, 의료혜택 등의 권리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인권연이 시작한 노력으로 ‘재외동포 특례법’이 통과되어 의료보험이 없는 한인동포가 암에 걸려 고국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보험 가입일부터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나라당 주도의 국회와 이명박 대통령이 이같은 혜택을 축소시키고 말았다. 거소증을 발급받고 의료보험에 가입한 뒤 3개월 후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다.
한국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독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더러운” 정치판에 끼어들어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에 출마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축소시켜 놓은 재외동포의 권리를 목소리 높여 복구시키자는 것이다. 정치활동과 정책옹호 활동은 확실히 다르다.
해체되었던 인권연이 다시 한경연(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으로 다시 결성된 목적도 바로 이같은 이유다. 이사장으로 있는 정동영이라는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 지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동영 이사장을 통해 우리 재외동포의 권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소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옹호 활동을 어떻게 ‘더러운’ 정치행위라 손가락질을 하고 등을 돌릴 것인가?
우리에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인사회에 분열을 초래할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참정권 때문에 한인사회가 분열될 위험이 있다면 그 전의 한인사회는 하나로 잘 뭉쳐져 있었다는 말인지 의문이 간다. 분열될 만한 단합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미주 한인사회가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간마저 포기하자는 것으로 비쳐 안타까울 뿐이다.
작을 수밖에 없는 재외동포들의 목소리를 확성기처럼 키워줄 수 있는 참정권은 분열될 것도 없는 한인사회를 결코 분열시키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기댈 곳 없는 미주한인 동포의 권리와 이익을 보다 큰 소리로 확성하여 정책입안자들의 귀에 울려 퍼질 것이 분명하다.
‘더러운’ 정치에 참여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와 한민족 이민 2세, 3세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정책옹호에 적극 참여하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활동은 ‘더러운 것’이라기보다는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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