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사변의 폭심지(Ground Zero) 부근에 회교 사원이 건립되는 것이 마땅한가? 한창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1년 그날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물이었던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두 빌딩이 알 카에다 테러 분자들에 의한 두 비행기 납치와 돌입으로 거의 3,000명의 무고한 생명들이 무참히 희생된 사건은 일제의 진주만 공격보다도 대응이 어려운 문제였다. 국가가 아닌 테러조직의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테러분자들이 ‘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코란 경전 구절을 외우면서 공격을 감했다지만 그들은 세계적으로 10억이 넘는 이슬람 신도들 중 극소수에 달하는 과격분자들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도 이슬람 온건파들과의 좋은 관계는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알 카에다를 지지했다는 의심을 받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에 대한 침공은 이루어져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9.11 직후의 미국의 일반 여론은 다분히 반 이슬람의 정서였다. 그러나 점차로 이슬람 전체가 일부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온건한 논리가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로 하여금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관용의 태도를 나타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9.11의 폭심지의 두 블록 이내에 회교 사원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의 60% 이상이 반대한다는 여론 조사가 있다.
그 이유는 공화당 출신 연방의원들 및 차기 대선 주자들과 아울러 폭스 뉴스 같은 보수계 우파 언론이 그라운드 제로에 테러리스트들이 속했던 이슬람 종교의 사원이 건축되는 것은 신성모독인양 주장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에는 이슬람 성일 라마단 절기의 시작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무슬림들은 이 나라에서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기들의 종교를 실천에 옮길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유에는 지방법과 조례에 따라 맨해튼에 있는 사유의 땅에 숭배의 장소와 지역사회센터를 건립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돼 있다”라고 언명하였다. 그러나 공화당이 그 문제를 금년도 중간 선거의 쟁점으로 삼을 것을 분명히 했으며 심지어는 민주당 상원 원내 총무인 해리 리드 의원마저 그 회교사원은 다른 곳에 건설 되어야 할 것이라고 딴소리를 하는 가운데 오바마 자신도 바로 다음 날에는 그 자신이 헌법상의 권리를 이야기 했을 뿐 그 사원을 그곳에 건설하는 것의 지혜에 관한 논평을 한 것은 아니라고 조금은 구차스러운 해설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수 논객 찰스 크라우스해머 주장대로 일본이 문화센터를 세우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하와이의 진주만에 그리하는 것은 불쾌하다는 논리를 그라운드 제로 부근의 회교 사원 건립 아이디어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같은 신문의 진보 논객 리차드 코언은 이렇게 응수한다. “그러나 일본 전체(국가)가 진주만을 공격했고 미국에 선전 포고를 했다. (진주만 공격은) 20여명의 미친 사무라이들이 저지른 악한 행위가 아니라 한 나라에 의한 공격이었다.”
자치체가 발달된 미국에서는 각 도시나 군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토지 사용 계획위원회(Zoning Board)가 존재한다. 토지 계획이 주민들의 건강, 안전, 도덕, 편리와 복지와 직접 관련이 있음은 당연하다. 학교 바로 옆에 술집이나 마사지 팔러가 허락되지 않는 것이나 주택 지대에 공장을 세울 수 없는 등 토지 사용에 대한 지방 정부의 법과 조례의 필요성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토지 사용에 대한 까다롭고 번거로운 규정들에 대한 예외로는 교회 건축이 있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교회 건축은 심지어 주택 지역에서 조차 쉽사리 허락된다. 연방 헌법 수정 제1조와 각 주 헌법상 보장되어 있는 종교의 자유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교회가 기존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으려 신청할 때 기존 건물이 소위 역사적인 건물이면 허락이 안 날수도 있다. 뉴욕의 유관위원회는 얼마 전 그 회교 사원이 들어설 자리의 기존 건물이 역사적인 건물이 아니라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내린 바 있었다. 따라서 그 회교사원은 기존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을 권리를 갖고 있다. 그 같은 권리가 존중될 것인가? 또는 일반 여론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의 중구난방 때문에 다른 장소를 물색할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더 중요한 이슈는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에 대한 특수한 지원으로 이슬람권 많은 나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미국이 사건을 계기로 반이슬람 정책을 추구하여 일부 학자들이 우려하는 소위 문명 간의 전쟁이 가능할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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