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들은 좋은 교회의 기준가운데 ‘말씀이 살아 있는 교회’를 말한다. 그 말씀은 때때로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 책망이 되고,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히브리서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뜻과 생각을 감찰하나니(히브리서 4:12)”라고 했다. ‘찔러 쪼갠다’는 말은 ‘마음을 뒤 흔들어서 찢어질 정도로 아프게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아플 때 그 말씀이 메시지(message)가 되는 것이다. 성경에서 이 말씀이 메시지화 되었을 때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자요, 목사로서 자신을 돌아본다. 설교자로서 말씀을 듣는 청중이 많든지 적든지 설교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메시지화하는가 아니면 설교자 자신이 그 말씀을 여과(filtering)해서 말씀을 희석시키지 않는가 반성할 때가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찔러 쪼개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무딘 솜방망이가 되어 도대체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그 목적을 잃어버리고 청중 앞에서 주저할 때가 있다. 그런 말씀이 바로 마사지(massage)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사람의 말씀이요, 하나님을 위한 말씀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말씀이다. 신본주의의 말씀이 아니라 인본적인 말씀이다. 단지 현재 사람의 마음을 달콤한 말로 위로하고 귀를 즐겁게 할 뿐 아무 것도 깨닫게 하거나 일어나 움직이게 못하는 평생 앉은뱅이 성도로 만들지는 않는가 하나님 앞에서 묵상을 해 본다.
16세기 독일에서 종교개혁을 일으켰던 루터는 교회를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이며 말씀이야 말로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본질적 근거라고 했다. 또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을 일으켜 개혁교회의 기초를 세운 존 캘빈은 교회를 ‘신자들의 어머니’라고 보고 천국에 갈 때까지 말씀을 통해서 성도를 양육하여 성화의 단계까지 인도하는 곳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지상의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표어를 걸고 미완성의 지상의 교회에서 완성된 천상의 교회를 위해 말씀 안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의 교회는 여러 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말씀의 교회를 위협하는 무서운 힘은 다름 아닌 혼합주의이다. 혼합주의는 술에 물을 타듯이 하나님의 말씀의 순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혼합주의를 경계하여 이미 2천 년 전에 사도 요한은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터이요(요한계시록 22:19)”라고 했다.
‘한국교회’라는 단어를 입에 거론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한국교회의 위상이라 함은 미국 교회 그 다음이라 할 수 있다. 1884년 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 그리고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인천항에 사이좋게 두 발을 같이 디딘(?) 이후 한국은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다. 가시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에 대해서 그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하면 훌륭한 성장이다. 정말 토양 좋은 한국 밭에 하나님의 말씀이 떨어져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교회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흥왕했던 유럽의 교회가 쇠퇴기를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한국 교회도 혹시 그럴 위험은 없는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기준은 단순하다. 하나님의 말씀을 메시지(message)화 하는가? 마사지(massage)화 하느냐 이다.
설교는 선지자적인 마음으로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백성들의 삶의 태도, 신앙,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전해야 한다.
속담에 “아이를 너무 귀여워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당긴다”라는 말이 있다.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해서는 말씀이 교회 안에 세워져야 한다.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닌 하나님을 위한 교회, 성도를 위한 마사지(massage)가 아닌 하나님을 위한 메시지(message)가 바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다면 교회는 세상 끝날까지 살아 역사할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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