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사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한반도’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듣는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어디인가 그 말이 부적절하게 느껴지며 아쉬움과 함께 일종의 분노 같은 것을 느낀다.
생각해 보자. 아무리 오늘날 우리 국토가 압록강 두만강 이남으로 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참으로 우리나라가 반도 국가이며 반도 민족인가.
우선 간도 문제를 생각해 보자. 해방 뒤 초등학교 때 우리 국토는 간도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배웠다.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만주에 있는 우리 땅을 회복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조를 세웠다고 배웠다. 고려가 그 옛날에 잃어버린 땅을 회복하려 한데에는 역사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역사에 밝지 못한 나로서는 그 땅이 어디까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육이오 때 맥아더 장군이 북진할 때, 이참에 북위 42도선 하얼빈 근처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뒤로 역사에 밝은 많은 분들의 글을 신문이나 책에서 보면서 우리나라가 반도 국가만이 아니라는 나의 믿음은 더욱 확실하게 되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후 오백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하얼빈이나 동북삼성까지 다 회복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도 ‘토문’이라는 단어의 해석을 놓고 말장난을 하면서 일본과 협잡하여 중국 땅 같이 만들어 버린 남만주 일대는 아직도 문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어주더라도 우리 손으로 내어주어야지 타의에 의해서 빼앗긴 것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4500년 우리 민족의 역사 중 1300년을 빼고 3200여 년 동안 우리는 대륙을 근거로 한 대륙 국가였던 것이다. AD 698년에서 AD 926년까지 존재했던 발해 때까지 계산하면 더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대륙을 차지했던 국가였다.
7세기 중엽 신라가 소위 삼국 통일이라는 것을 해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이후 우리는 고구려의 옛 땅의 대부분에 대한 지배권을 잃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나라 이후 중국이나 한족이 확고하게 고구려 고토를 지배해온 것도 아니다.
신라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은 사실이나 삼국을 통일했다고는 볼 수 없다. 국토의 80% 이상을 당나라에게 내어 준 통일이 무슨 통일인가 말이다. 국토와 국민을 잃은 것이 어찌 통일이란 말인가. 역사에 나오는 김유신 김춘추에 대한 칭찬은 짐작컨대 일제의 영향 아래서 교육 받은 이들이 자기들이 배운 대로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제는 1925년 왜왕의 칙령에 의해서 ‘조선역사편수회’라는 것을 만들어 우리 역사를 자기들의 식민사관에 의해 재해석하여 조선 역사의 삼국 이전의 역사는 믿을 수 없으며 우리는 ‘반도 민족’이라는 것과 자주적 국가를 가진 적이 없다는 것 등을 강조하였으며 그런 사관을 가르치기 위한 인재들을 양성하였던 것이다.
고등학교 때 나의 역사 선생님도 그들의 역사편수회 출신 중 한분이었다. 그 때 그들이 수집해간 고대사에 관한 많은 책들은 지금 그 행방을 알 수 없다.
중국 땅에서 여러 나라들이 일어났다 쓰러지는 수천 년 동안 그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싸우기도 하고 교류를 하기도 한 우리 민족을 나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온 것처럼 중국의 속국이나 중국 문화의 수혜자로만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대륙에서 살면서 특성 있는 문화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중국 문화 발전에도 동참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큰 성곽이나 도자기나 벽화 등 역사적 유물들과 중국의 고대 문헌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중국은 근래에 ‘동북공정’이라는 작업을 통하여 우리의 대륙적 근거를 없애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자진해서 ‘한반도’라는 말을 자주 쓰면 나중에 국경문제가 나올 때에 ‘한반도’가 기정사실화 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란 말을 그리도 주저 없이 써야 할 것인가. 아니면 뭐라고 해야 올바르고 편리할 것인가. 경우에 따라서 한반도란 말을 아주 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역사학자도 국어학자도 아닌 나로서는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한반도라는 말은 듣기도 싫고 쓰기도 싫다.
이에 대해 해답을 해 줄 사람 누구 없는가. 답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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