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섬 하나를 발명해서 일본의 국토를 넓혀야겠다는 연구가 허망하다는 것을 안 도요다 사기찌는 방향을 바꾸어 방직기 발명에 참여하더니 심기일변 자동차회사를 설립하고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1937년의 일이다.
도요타는 창업 이래 세 차례의 경기침체로부터 거듭 살아남았는데 그 첫 번째가 중일전쟁의 군수 덕분이다. 두 번째는 한국전쟁 당시 미 8군이 긴급 주문한 트럭 500대가 그들에게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파산 일보 직전에 기사회생한 도요타는 그 후 승승장구의 발전을 거듭하고 숙적 GM을 누르고 자동차 생산량 세계 제일의 고지를 탈환한 것이 2009년이다.
그러나 그 영광은 6개월이 채 못가 만신창이의 부상을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하강 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다. 도요다 아끼오(4대)가 미국 의회청문회에서 증언한 바 도요타는 그동안 세계 최고의 정상을 향한 강행군 때문에 품질관리에 구멍이 생겼고 더하여 그들의 태생적인 단소경박(短小輕薄) 편향의 특성을 깨고 서둘러 ‘S.도라’와 같은 중대형 트럭을 대량 생산해 내기 시작한 때문이라 하겠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경제 불황으로 인한 자동차 융자 지불불능의 버블현상도 쇠퇴 이유 중의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내가 정주영씨를 만난 것은 6.25 동란의 와중이다. 성조기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었던 나는 어느 날 샌디 콜턴 주필을 동반해 해운대에 있던 미 8군 영선과 장인 맥크리어 소령을 만나고 있었다. 때마침 동석하고 있던 정주영씨는 나에게 도움을 청해 지금 맥 소령이 지시한 사항이 무었인가를 물었다. “네, 장마철이 다가오니 영내에 자갈을 깔아 달랍니다”라 답하고 마주한 얼굴, 낯익은 그 키 큰 자동차 기술자. 그는 약초극장 옆길 언덕위에 있던 작은 공터에서 일제가 남기고 간 도요타 목탄차 하나를 씨름 하듯 열심히 수리하며 얼굴에 기름때를 묻히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바로 전설적인 한국의 자동차왕 정주영이라는 것을 안 것은 훗날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읽고 나서였다. 불굴의 의지를 담은 ‘쟈스트 두 잇’ 이라는 명언을 남기고, 단돈 1 달러로 한강 다리를 놓고, 선창가에 잠자고 있는 배를 끌어내어 만선의 바위덩어리로 노도 치는 급류를 막아낸 서산 간척공사의 유조선 공법의 발명자, 거북선 한국은행권 지폐 한 장을 들고 해외로 뛰쳐나가 황무지 벌판에다 세계 최대의 조선소를 세울 수 있는 융자에 성공한 협기 넘치는 도전 정신.
그가 살아 생전 미국에 올 때면 잊지 않고 NC에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맥 소령을 찾아가 옛 우정을 나누던 푸근한 인정이 있었기에 헐벗고 굶주린 이북 동포를 위해 익숙한 솜씨로 소떼 500마리의 고삐를 잡고 휴전선을 넘어섰을 것이다.
정주영과 도요다 사기찌는 모두 농촌 출신에다 초등학교 학력이 그들의 전부이다. 1867년에 태어난 사기찌는 1915년생인 정주영보다 48년 연상이다. 도요타가 국산 자동차를 만들어낸 것은 명치유신 이후 70년이 지난 시점이요, 1975년 현대가 포니를 캐나다에 수출한 것은 조국 해방 30년 만에 이루어 놓은 쾌거이다. 2010년 현대 기아차의 생산목표는 560만대, 도요타의 최고 기록 895만 대는 손에 잡힐 듯한 촌극의 거리에 있다. 엊그제 신문보도는 정몽구 현대회장이 올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최고 경영자(CEO)로 뽑혔다는 희소식이다. “고장 나는 차는 만들지도 말라”라는 그의 집념의 소산이다. 그러나 21세기 무한경쟁 시대에 현대가 달려가야 할 길은 결코 평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달리는 적토마에도 채찍을 날릴 수 있는 여포만이 천리마를 다룰 줄 안다. 현대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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