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가?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지로’ 근처에 이슬람센터를 허용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어 반이슬람의 물결이 미국 전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9월 11일 테러사건은 미국의 영혼 근저뿐만 아니라 우리가 종래에 알고 있던 세계질서를 뒤흔들어 놓은 중대한 세계사의 기점이다. 현 사태까지 초래하게 된 깔려진 밑바탕에는 정치, 경제, 종교 등 여러 갈래의 뿌리가 얽혀 있는데, 우리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모두가 어떠한 종교적 전통을 대표하건 ‘어떻게 서로를 하느님의 한 백성으로, 그렇기에 또 서로가 한 형제자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다. 이 위기상황에서 이제 대화는 사치가 아니라 필수불가결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슬람과 그리스도교의 관계는 항상 순탄하고 평화로운 것은 아니었다. 종교의 이름으로 서로 피 흘림을 서슴지 않은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두 종교가 근본적으로 하나이신 하느님을 섬기며, 모든 인류가 같은 창조주의 한 백성, 한 식구임을 가르치며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올바르고 정의로운 관계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가르침의 기본을 자주 망각한다.
9월 11일 사태는 이 망각을 넘어서서, 테러분자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서구세계와 그리스도인, 또한 유대인들에 대한 깊은 혐오와 근거 없는 공포심을 조장하고 수많은 사람을 선동하여 광분 시켜 심지어는 수천인의 학살까지 서슴지 않도록 하는 참상까지 이끌었다.
이 극단주의적 원리주의를 선동하는 무슬림들의 정체와 허구를 밝히는 것은 급선무이다. 다시금 이 참상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또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현재와 미래의 건설을 도모하는 것은 모든 이의 과제이다.
이슬람의 극단주의적 원리주의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종교와 이념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원리주의가 과연 어떻게 인간 심리와 집단에서 작동하는 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원리주의는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방법으로서, 문화-신학적인 세계관으로서, 또 종교사회적 운동으로서 등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각 종교 안에서 이 원리주의적 성향이 어떻게 나타났는가를 살피고, 마지막으로 이슬람의 극단주의의 모습을 조명해보는 것이 순서인 듯하다.
이슬람 교리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서방문화, 특히 미국으로 상징되는 현대세계의 허용주의적 타락을 개탄하며 금지주의와 엄격주의를 주창하는 이슬람의 원리주의는 오사마 빈 라덴과 탈리반 등을 통해 극단주의적 양상을 띠게 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무슬림, 곧, 회교도인들 중 극단주의자들은 일부 극소수라는 것이다. 유럽의 계몽주의가 역설하기 이 전에, 이슬람 사회는 이미 타 종교의 수용과 평화로운 공존을 실천했고, 코란 (2:136; 2:256)에서도 가르치는 내용이다. 이슬람의 가르침을 도용하고 왜곡하여 이슬람 자체를 ‘하이잭’ 하려는 광신적 극단주의적 원리주의는 권위 있는 무슬림 학자와 지도자들로부터 강력히 배척되고 있다.
우리의 공동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창조주 하느님께서 인간 모두의 영혼 안에 심어주신 진리와 자유의 염원, 친교와 평화의 내적 갈망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각 종교의 진리를 올바로 이해하여야 한다. 각 종교인은 자신의 종교의 가르침의 정수를 다른 이들에게 제시해야 하겠고,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느님께서 서로를 통해 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투적인 표현,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항상 서로에게 열린 마음, 배우는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는 존경과 서로를 향한 ‘거룩한 시샘(holy envy)’을 낳으며, 하느님을 향한 동료 순례객으로서 세상개혁에 동역할 수 있게 한다.
이덕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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