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클린턴 연쇄 방문.."美관여정책 강한 메시지"
`美 지는 권력, 中 뜨는 권력’ 인식 불식 노력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방문국가만 7개 나라이며, 내달 8일까지 2주 가량에 걸친 일정으로 클린턴 장관 취임 이후 최장기 해외순방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장관이 역내에 머무는 기간인 내주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을 비롯,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을 차례로 방문하기 위해 아시아로 향한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일부 기간이 겹치는 연쇄 아시아 방문은 이례적인 일로 내달 중순까지 미국의 외교 안테나는 아시아에 쏠려 있게 되는 셈이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클린턴 장관이 이번 방문 기간 여러 국가를 들리는 점에 대해 "아시아 지역에서 전략적, 정치적, 다자적인 문제와 경제.무역 문제 등 여러 이슈들에 대한 미국의 관여(engagement) 정책을 나타내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 외교를 소홀히 했던 조지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아.태 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아시아 외교를 줄곧 강화해왔다.
클린턴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첫 해외방문지를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로 선택했고, 지금까지 여섯차례 아시아를 방문하는 등 아시아 외교 강화 메시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잇따른 이번 역내 방문은 시기적으로 미국과 더불어 G2(주요 2개국) 체제로 불리는 강국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제경제, 안보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는 역내 전선을 구축하고, 아시아내 중국의 헤게모니 확산을 차단하는데 이번 아시아 외교의 포인트가 있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내주 아시아 순방에서 G20, APEC(아시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열리는 한국, 일본 외에 중국의 역내 라이벌인 인도와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지만 인근 국가인 중국은 건너뛴다.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을 들리지 않는 것이 `중국 무시’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을 `바이패스’하는 아시아 방문 일정은 시기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 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국가로 꼽히는 인도를 방문할 때 무려 58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인도간 무기거래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점도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동남아시아 포럼 소장 도널드 에머슨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헤게모니는 미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인도는 중국에 대한 잠재적 대응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뒷마당에 있는 `호랑이’ 인도를 지원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는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쏠리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전략을 미국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부때 균열됐던 미.일 관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도 발빠르게 진행돼 클린턴 장관은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는 동안 하와이에 잠시 들러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과 외무장관 회담도 갖는다.
최근 조어도(釣魚島.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가쿠<尖閣>열도) 분쟁에서 중국의 파워가 드러나자 미국은 미.일 동맹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하와이 체류중 지난 1월에 이어 다시 한번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전략에 대한 연설도 할 예정이다.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거듭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對) 중국 관여 외교도 병행할 예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내년 1월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도 예정돼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문기간 중국 하이난도(海南島)를 방문,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과 회담한다.
캠벨 차관보는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양쪽 모두 그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냉철한, 건설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과의 대화는 미국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했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예정에 없던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지난 24일 급거 방문, 중국 경제 분야 책임자인 왕치산(王岐山) 국무원 부총리와 즉석 회동을 한 것도 미국의 처지를 반영한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는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환율, 무역, 비확산 안보이슈 등 중국과 글로벌 협력을 추진해온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나오면서 대(對) 중국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6일 1면 머리기사로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주요 이슈들에서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중국 대응을 위한 동맹을 구축하며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내용을 올린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최근 중국이 전략 자원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자원무기화하는 점도 미국내 중국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파적으로 대립하는 민주, 공화당이지만 지난 9월말 하원에서 대중(對中) 환율제재법에는 초당적 지지를 보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