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대보름날이다
하루 전 날인 어제는 오곡밥에 나물 아홉 가지 밥 아홉 그릇을 먹고 남자들은 나무 아홉 짐을 하라는 말을 내가 어릴 적 엄마나 언니들한테 들은 기억이 난다. 그만큼 부지런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나물 아홉 가지를 만들고 맛있게 오곡밥을 지었다.
태생이 시골태생인 나는 시골반찬과 나물과 오곡밥을 너무나 좋아해서 많이 먹으리라 별렀건만 두 그릇을 먹고 나니 아홉 그릇까지는 도저히 못 미쳤다.
저녁을 배불리 맛있게 먹고 나면 어머니는 정성스레 찐 팥 시루떡을 시루채 마루에 모셔놓고 정한수 한 그릇과 마른북어 한 마리를 시루 위에 올려놓고 집안의 안녕과 액운을 막아달라는 치성을 빌곤 하셨다.
논두렁에서는 온 동네 아이들이 모두 나와 빈 깡통에 구멍을 뽕뽕 뚫어서 소나무에서 잘라온 광솔 가지를 쪼개어 넣고 불을 붙여 팔이 떨어져 나갈듯이 깡통을 돌려대고 쥐불을 놓곤 했었다.
둥근달을 바라보고 소원을 빌기도 했었는데 어느 해인지 빨리 시집가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었다. 동네 아이 석이를 보고 좋아서 그랬다.
망아지처럼 마음이 들떠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께서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잠을 못 자게 하셨다. 하품을 연일 뿜어대며 졸음을 참고 있다가 자정쯤 한밤중이 되면 부럼을 깨물자고 사다놓은 땅콩이나 생밤을 깨물어서 마당으로 던졌다. 그래야 몸에 부스럼이 안 난다고 옛날에는 부스럼이 몸에 많이 나고 그만큼 부스럼을 무서워했던 것이다.
부스럼이란 몸을 자주 씻지 않아서 청결하지 못하여 생기는 게 아닌가? 옛 시절에는 집안에 목욕탕이 없었으니 자주 씻지 못하여 그러 했을 것이다.
귀밝이술을 마셔야 귀가 먹지 않는다고 막걸리를 마시던 기억, 옛 추억들은 모두 나를 설레게 만들고 흥분시킨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옛 생각을 떠올리며 부럼도 깨물고 귀밝이술 막걸리도 마셔본다.
오늘도 정성스레 만들어 놓은 나물과 오곡밥을 친구들을 불러서 맛있게 한 번 더 즐길 것이다.
강이화 / 워싱톤 가요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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