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지 1년 정도 지나면서 약간의 향수병과 외국생활의 한계를 느끼며 주눅 들고 열등감에 허덕이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차를 고치러 간 딜러에서 시간이 걸린다며 자체 운행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오라고 했다. 얼떨결에 오른 버스에 손님은 나 혼자였다.
조금 있다 나이 지긋한 운전사가 탔다. 더듬더듬 내가 사는 곳의 주소를 말하자 운전사 할아버지가 뒤돌아보면서 갑자기 “너 행복하니?”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약간 놀라면서 “미국생활이 너무 외롭고 언어 장벽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은 따스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시며 너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고 창조주의 큰 계획 하에 큰 의미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에 너의 존재 자체로 사랑받고 있으며 감사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60이 넘은 나이지만 자신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숨 쉴 수 있음에, 또 이렇게 일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르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며 얼른 미국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를 가져보라고 권했다.
그분의 말을 듣는 순간, 왜 그런지 펑펑 눈물이 쏟아졌고 나중에는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한국에서 나를 지탱해주던 학벌, 집안 등의 조건들에 매여 왔던 허세의 찌꺼기들이 하나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그날 눈물의 깨달음은 겸손이었다. 나름 잘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존감을 알게 해주신 그 할아버지는 내 인생을 도와주러 온 천사였다.
최혜정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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