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대학에 잠시 재학할 동안 스티브 잡스는 히피처럼 행동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맨발로 다녔다. 테크놀로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역사, 댄스, 그리고 동양의 신비주의에 빠져있었다. 학비 부족으로 대학을 중퇴한 잡스는 북가주에 있는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 알타리 회사에서 야간에 근무하고 낮에는 주로 로스 알토스에 있는 선(Zen)센터에서 동양 사상 배우기에 심취했다.
1974년, 인도 여행에서 돌아온 잡스는 친구의 부탁을 받았다. 전자기기를 만들고 수리하는 데는 능숙했지만 비지니스 쪽에 문외한이었던 위즈니악이 잡스에게 컴퓨터 부품 판매를 맡긴 것이다. 그와 동업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잡스는 컴퓨터 세계에 발을 들였다.
만일, 잡스가 순수하게 자신의 열정을 따라갔다면 선(Zen)매스터가 되었을 것이다. 애플 컴퓨터의 탄생은 잡스가 처음부터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요, 그 분야에 처음부터 열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적성 검사 결과에 따라 창업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작품이다.
열정을 쫒아라. 적성을 살려라. 전공 선택과 커리어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학생들이 흔히 듣는 말이다. 열정과 적성을 따르라고 귀가 따갑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엔가 성취를 이루려면 피, 땀, 눈물이 범벅되는 어려움과 훈련을 겪어야 한다는 말보다 훨씬 더 듣기 좋은 조언이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뉴욕 연방 준비 은행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70%는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직종에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자료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70% 정도는 자신의 적성에 상관없이 직업을 선택했다. 일단 일이 주어지면 그것에 맞게 자신의 태도와 자세를 바꾸어가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인생이다.
그런데,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같은 굴지의 회사에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겨우 1년 정도 버티고 그만둔다. 퇴사 이유에 대해 인사담당자와 사원은 각각 다르게 말한다. 전자는 “인내심 부족”을 꼽지만, 후자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가 가장 큰 이유다. 신입사원이 회사환경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그 전에 적성에 맞는다, 안 맞는다를 따지는 것은 적성과 노력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서 아닐까.
적성에 맞는 일만 하겠다는 것은 결국 놀겠다는 뜻이다. 물론, 무엇엔가 성취를 하려면 일단 자신의 소질과 취향에 맞는 진로를 택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진로를 찾기 위해 적성 검사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테스트라고 받아들이지만 인간은 일관성 있게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성에 맞는다”는 최소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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