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는 1,100만 명의 서류미비자가 있고 한인 7명 중의 한 명은 서류미비자이다.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서류미비 가정을 접하게 된다. 삶의 애환을 털어놓으며 울먹이던 이 분들을 가슴에 간직하며 지난 수년 간 거리에서, 투표장에서, 연방의사당에서 이민개혁 촉구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지난 6월에는 연방상원에서 드디어 이민개혁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어 그 분들의 눈망울에 맺혀있는 눈물방울들이 걷히게 될 날을 떠올렸다. 하원에서의 이민개혁은 순조롭지 않으리라 전망했지만 미 전국에서 이민개혁을 열망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된 결과 이민개혁을 지지하는 하원의원들이 늘어나 하원 통과에 필요한 의원 수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시민권 취득 허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며 이민개혁 논의를 지연시키고 있다.
수년 동안 이민개혁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일희일비 하며 가슴 졸이고 있는 이민자 가정들을 생각해본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와 갖은 고생을 하며 일해왔지만 기존의 체류신분마저 잃고 합법신분을 취득할 기회는 좀처럼 생기지 않아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가장. 아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미국에 왔는데 오히려 서류미비 신분으로 자식 앞길을 막고 있어 죄스럽고 미안해 아들 눈을 똑바로 못 보겠다며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어 막막하다고 한숨 쉬던 학생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지만 더 이상은 이 땅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국으로 돌아간다던 18살 청년. 그가 가족들을 모두 미국에 남겨두고 떠나기 전 인사 온 날, 차마 그 앞에서 눈물을 보일 수 없어 남몰래 뒷마당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
이 분들의 삶을 놓고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라. 이민자들의 땀과 희생으로 발전해온 미국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 의사당에 앉아있는 정치인들이 이민자들의 삶을 놓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 저울질하고 있지 않은가.
몇 백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이민개혁을 외치며 행진했고, 투표했고, 체포당하는 일까지 불사하며 압력을 넣었어도 여전히 이민개혁을 정치적 입장에서만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을 바로잡고자 노동계, 종교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워싱턴 D.C.에 모여 30일 간의 단식에 돌입했다. 곡기를 끊는 희생으로 온 몸을 바쳐 하원 지도부에 호소하고 있다. 이민자 개개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제발 눈을 뜨라고, 이민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그 희생에 짧게나마 동참하고, 그 동안 만났던 수없이 많은 서류미비 가족들을 떠올리며 지역단위로도 이민자 가정을 위한 금식모임을 갖는다. 하원에서 조속히 이민개혁이 추진되어 올해 안에 그 분들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고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심스레 이민개혁 뉴스를 접하고 있을 수십만 한인 동포들께도 참여를 부탁드린다. 지역구 하원의원에게 전화로, 팩스로, 방문하여 이민개혁 추진을 요구해야 한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임을,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의원직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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