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영어 원서를 사용하는 과목을 제외하고는 번역된 전공 서적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말은 억지로 번역해서 도리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였다. 요즘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생소한 국어 단어들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알기가 힘드니 북한으로 조선어 어학 연수라도 떠나야할 판이다.
통역장교 시절, 영문 군사교안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한 단어 한 단어에 충실하다보니 “with your right hand”라는 말을 “오른 손으로”라고 하면 될 것을 “당신의 오른 손을 가지고”라고 번역하는 장교도 있었다.
영어의 표제어는 24만 단어인데 비해 한국어의 표제어는 16만 단어이다. 영어는 세계 각국의 단어들이 흘러들어와 가장 많은 어휘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영한사전이 한영사전보다 더 두껍다. 영어를 배우게 되면 영문 국역이 국문 영역보다 더 쉽다. 한국어를 영어로 표현하려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다운 표현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한국에서 영어 어학연수를 오는 사람들을 보면 실질적인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이력서에 무슨 스펙을 쌓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많다. 영어 회화에서 전화 통화가 일반 대면 회화보다 더 어렵고, 영어 대중 기도는 훨씬 더 어렵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유학 떠난 큰 누나와 매형의 영향을 받아서 영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표 수집 취미와 아울러 약 30명의 펜팔을 두었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할 때라 손으로 편지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매일 외국으로 편지가 오고갔다.
편지에 무슨 질문이라도 받으면, 그 내용은 알겠는데 어떻게 영어로 답을 해야 할 지가 문제였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받은 질문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묻는 것이었다. 만약 A가 무슨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그대로 복사해서 B, C, D 등에게 보냈다. 약 두 주 후면 답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그대로 A에게 답신을 하곤 했었다.
그러는 중에 이들의 본토 영문을 그대로 외우게 되었다. 이것이 미국 생활을 시작하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학교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니 온갖 영어 클래스가 있었다. 효과적인 읽기, 효과적인 쓰기, 듣기, 말하기, 발표하기 등등... 이 클래스를 다 들었다. 그 후로 직장에서 보고서를 쓴다든지, 정부 감독기관이나 고객 사업체에 편지를 보낸다든지 할 때엔 한국에서 배운 영문법과 함께 큰 무기를 지니고 되었다.
한번은 고객이 보고서의 문장을 고치려 해서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효과적인 반론을 하자면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려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때로는 우둔한 척도 해야 한다. 확신에 차서 단언을 하기보다는 ‘내가 추측하기엔 …’ 하며 천천히 상대를 설득시켜야한다.
우리는 각자 급소가 있다. 그 정곡이 찔리면 즉각적인 반응을 한다. 표현하는 데에는 목적이 뚜렷해야한다. 그냥 화풀이를 하고 말 것인지, 상대방을 설득시킬 것인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영어에 “not A, but B”라는 숙어가 있다. 즉, A가 아니고 B라는 뜻인데, 상대방의 생각인 A가 틀렸다고 부정어를 먼저 쓴다면 반발을 불러오기 쉽다. 도리어 바꿔서 “B, not A” 라고 부정어를 나중에 쓴다면 훨씬 수그러든 반향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영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말하기를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학연수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통해서 말하기를 배워야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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