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곁에서 푸근하게 여생 보내고 싶은 마음
▶ 고국의 건강보험 혜택이 더 좋아서 돌아가기도
캐나다 태생인 재닛 토도사이척은 LA에서 35년을 산 후 벤쿠버로 역이민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건강보험이 싸다는 것이다.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자들 증가]
전 세계 각 곳에 살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오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이민을 오기도 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 오기도 한다. 혹은 전쟁을 피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오기도 한다. 그렇게 미국에 와서 살기를 수십년, 은퇴할 때가 되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자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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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에서 발행되는 필리핀계 신문 편집장인 콘라도 리고르 2세는 “뿌리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다”고 말한다. 이민자들이 25년에서 30년 미국에서 할 것 다 하고 나면 고향으로 가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자가 얼마나 되는 지 통계는 없다. 하지만 관련 컨설턴트나 부동산 중개업자 등 귀국을 돕는 업계 종사자들에 의하면 역이민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이민 온 이유가 다양하듯이 역이민 가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본국에서는 괜찮은 지위에 있다가 미국에서 하급 노동일을 한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보다 높은 수준의 대접을 받고싶어 한다. 나이 듦에 따라 정서적인 이유, 실용적 이유로 가족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민올 때 같이 왔던 배우자나 미국에 와서 결혼한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해 혼자가 된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컬럼비아 이민자 대상 컨설팅 및 국제 부동산 중개 업무를 하는 페데리코 메히아는 지난 10년 동안 비즈니스가 배로 늘었다고 말한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컬럼비아에서 은퇴생활을 하고 싶어 합니다.”
역이민 숫자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인구 구성과도 상관이 있다. 콜럼비아인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민왔던 것은 지난 1970년대였다. 그들 대부분이 이제 은퇴 연령에 도달한 것이다.
아울러 컬럼비아가 근년 경제적 정치적으로 보다 안정된 것도 역이민 결정의 요인이 된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제적 요인. 뉴욕에서 역이민 전문 선적업체에서 일하는 알프레도 파디야에 의하면 지난 5~6년 사이 컬럼비아, 에콰도르, 페루로 역이민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유는 경제적 여유이다.
“뉴욕에서는 한사람이 겨우 살 수 있는 돈으로 에콰도르에 가면 왕처럼 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은퇴를 위해 저축해둔 돈이나 소셜시큐리티 연금이 이에 해당한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은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으니 소셜시큐리티 웹사이트로 들어가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역이민 후 소셜 시큐리티 연금은 받을 수 있지만 메디케어 혜택은 받을 수가 없다. 메디케어는 해외 거주 시 수혜자격이 없다.
하지만 메디케어 혜택을 못 받아도 본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더 나아서 오히려 이득인 경우도 있다. LA에서 35년 간 살았던 재닛 토도사이척(59)은 지난달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갔다. 이혼한 것이 주된 계기가 되었지만 캐나다에서는 거의 모든 의료비용이 무료라는 사실이 역이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LA에서) 건강 보험료로 매달 615달러를 냈어요. 그러니 역이민 결정에 의료비가 중요한 요인이 되었지요.”
밴쿠버 아일랜드 대학의 마케팅 강사인 폴 커럭츠는 캐나다 출신의 역이민을 돕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게 역이민 관련 정보를 문의하는 사람은 연간 50명 정도. 대부분 미국으로 이민 간 캐나다인들이다.
나이든 후 귀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캐나다에 살고 있는 가족들 곁으로 오기 위한 것이겠지만 두 번째 이유는 건강보험이라고 그는 말한다. 세 번째 이유는 미국에서 계속 살 경우 소셜시큐리티 제도와 은퇴 후 소득이 장차 어떻게 될지 두렵기 때문이다.
피츠버그에서 20년간 살다가 지난 2013년 코스타리카로 돌아간 마리오 페레즈(57)는 코스타리카에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스타리카 역시 전국민 보험 시스템이 있다.
그는 미국에서 미국인 여성과 결혼해 세 자녀를 키웠다. 그러나 교수였던 아내와 이혼한 데다 코스타리카에 사는 노모를 돌봐야 해서 몇 년 전 역이민을 했다. 역이민 후 자녀들이 몹시 그립다. 하지만 고국에서 느끼는 편안한 소속감과 지위가 만족감을 준다.
“코스타리카에 살 때는 전화회사에서 괜찮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로 들어갈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핸디맨으로 막노동을 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뭔가 더 소속된 느낌, 존경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역이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돌아가지만 오랜 세월 떠나 있었던 곳이어서 다시 적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개는 깨닫지 못한다. 고향인 그곳에서 거리감을 느끼는 역이민자들이 많다. 그래서 할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기는 6개월 미국에서 살고 6개월 고국에서 사는 것.
미국인 남편과 이혼한 후 밴쿠버로 돌아간 재닛은 이혼만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계속 LA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역이민에 대해 알아본 후 그는 캘리포니아 집을 매물로 내놓고 밴쿠버에서 살 곳을 렌트한 후 개 두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차에 싣고 운전해 국경을 넘었다.
그는 밴쿠버를 새로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내가 오래 여기에 없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어요. 그냥 고국으로 돌아와서 지난 35년은 없었던 것으로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는 LA에 두고 온 친구들, 그리고 자녀들과 가까이 살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래서 “가끔씩 슬픈 순간들이 있지만 후회는 없다”고 그는 말한다.
본인이 원해서라기보다 의무감으로 돌아간 경우 역이민은 좀 더 어렵다.
에콰도르 출신인 로렐 몬테셀(68)은 40여년 뉴욕에서 살다가 이번 달에 귀국할 계획이다. 가정부로 일했던 그는 미국 시민이다. 투표 때마다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한다.
하지만 고국에 사는 어머니가 91세로 누군가가 돌봐야 하고, 형제들은 그에게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독신에 자녀가 없는 그가 노모 돌보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머니를 돌 볼 차례예요.”
그는 매년 고국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사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안다.
“내 나라, 내 고향이지만 새로워요. 처음 내가 여기 왔을 때처럼 말이에요. 혼란스러워요. 고국을 사랑하지요. 하지만 뉴욕을 사랑해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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